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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정석, 왜 써야 하냐는 질문에 멈췄다

책읽기 프로젝트 매니저 2026. 8. 23. 19:42

목차


    지인에게 배경화면을 보여줬는데 “그래서 이걸 내가 왜 써야 해?”라는 말에 말이 막혔어요.

    나는 그때 내가 만든 배경화면에 대해서 할 말이 꽤 많았어요. 어떤 문구를 넣었는지, 왜 이런 디자인으로 만들었는지, 내가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설명하려고 했는데, 막상 저 질문을 들으니까 바로 대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내가 만든 이유는 설명할 수 있는데, 정작 그 사람이 왜 써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 거예요.

    그때는 그냥 내가 설명을 잘 못했나 보다 하고 넘어갔어요. 그런데 《기획의 정석》을 읽다 보니까 그 장면이 계속 생각났어요. 나는 계속 내가 만든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상대는 처음부터 다른 걸 보고 있었던 거죠.

    기획의 정석, '왜 써야 해?' 한 마디에 멈췄다

    그때 나는 문구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어떤 문장을 골랐고, 왜 이 문구를 넣었는지, 글씨를 어떻게 배치했는지 계속 설명했어요. 내가 만든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이 중요했으니까요. 이걸 만드는 데 나름 생각도 많이 했고, 그냥 예쁘게 하나 만든 게 아니라는 걸 설명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인은 내가 설명하는 문구보다 다른 걸 보고 있었어요. 배경에 여백이 얼마나 있는지, 휴대폰 화면에 아이콘을 놓을 자리가 괜찮은지를 먼저 보더라고요.

    나는 그걸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니, 생각은 했는데 내가 설명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나는 문구가 마음에 드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쓰려는 사람은 자기 휴대폰에 올려놨을 때 편한지가 더 먼저 보였던 거죠.

    그러다 보니 처음 들었던 “그래서 이걸 내가 왜 써야 해?”라는 말도 조금 다르게 들렸어요. 그때는 내가 설명을 잘 못해서 나온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내가 처음부터 상대가 어떤 이유로 이걸 쓸지를 생각하지 않았던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나는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너무 많이 알고 있었고, 상대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 차이를 그때는 잘 몰랐어요.

    배경화면 만들 때도 기획을 하고 있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기획이라는 말을 들으면 나랑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기획이라고 하면 아이디어를 잘 내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걸 찾아내고, 그걸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내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기획이라는 말 자체가 조금 어렵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하고 있던 일을 하나씩 생각해봤어요.

    배경화면 하나를 만들 때도 문구를 그냥 아무거나 넣지는 않았어요. 어떤 사람이 이걸 볼지 생각했고, 휴대폰에서 글씨가 너무 크지는 않은지, 아이콘이 올라가도 불편하지 않은지, 문구가 눈에 잘 들어오는지도 계속 봤어요.

    그런데 그때까지는 그걸 그냥 배경화면을 만드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책을 읽고 나서야 '이것도 내가 이미 기획을 하고 있었던 거구나' 싶었어요.

    특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내가 만들려는 것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볼지를 계속 맞춰보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나는 기획이라는 걸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지인이 했던 말도 다시 생각났어요. 나는 내가 만든 배경화면의 문구와 디자인 의도를 잘 설명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자기 휴대폰에 놓았을 때 어떨지를 보고 있었으니까요.

    그걸 알고 나니까 내가 뭔가를 만들 때 보는 순서도 조금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내가 뭘 만들었는지를 먼저 봤다면, 지금은 이걸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어디부터 볼까 하는 생각을 한번 하게 됐어요.

    아직 매번 그렇게 하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예전처럼 기획이라는 게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게 됐어요. 내가 뭔가를 만들고 있다면, 그 순간부터 이미 어떻게 보여줄지, 누가 사용할지 생각하고 있었던 거니까요.

    '어떤 부분이 제일 먼저 보여?' 물어보니 달라졌다

    그 뒤로 내가 만든 걸 누군가에게 보여줄 때 예전처럼 바로 설명하지 않으려고 해봤어요.

    한번은 또 배경화면을 보여주다가 설명을 시작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예전에 지인이 했던 말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멈췄어요. 그리고 “어떤 부분이 제일 먼저 보여?”라고 물어봤어요.

    상대가 바로 이야기하더라고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또 달랐어요.

    나는 문구나 디자인을 먼저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화면 전체에서 여백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먼저 이야기했어요. 그걸 듣고 나니까 내가 혼자 생각할 때는 절대 나오지 않았을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대화가 조금 달라졌어요. 내가 설명하고 상대가 듣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가 먼저 이야기하고 내가 그걸 듣는 식으로 바뀌었어요.

    한번은 설명을 길게 하다가 중간에 멈추고 “너라면 이걸 어디에 쓸 것 같아?”라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그랬더니 상대가 자기 상황을 이야기하더라고요. 나는 이걸 이렇게 써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다른 용도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게 꽤 재미있었어요.

    내가 만든 것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오히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는지는 놓치고 있었던 거예요.

    물론 지금도 잘 안 고쳐지는 건 있어요. 내가 시간을 많이 들여 만든 것일수록 설명부터 하고 싶어져요. '이건 내가 이런 생각으로 만들었고, 여기에는 이런 이유가 있고' 하는 말을 하고 싶어요. 애착이 생기면 더 그래요.

    그래서 매번 멈추는 것도 아니에요. 또 설명을 한참 하고 나서야 '아, 내가 또 내 이야기만 했네' 싶은 날도 있어요.

    그래도 예전과 다른 건 한번씩 멈출 수 있게 됐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때는 내가 준비한 설명을 더 붙이는 대신, 상대에게 먼저 물어봐요.

    “어떤 부분이 제일 먼저 보여?”

    그 질문 하나 했을 뿐인데 내가 몰랐던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뭔가를 보여줄 때 내가 얼마나 잘 설명했는지보다, 상대가 먼저 무엇을 봤는지를 한번 더 보게 됐어요.

     

     

    내가 이 책을 권하고 싶은 것도 그때 내가 계속 내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내가 만든 것에 애착이 생기면 설명부터 하고 싶어져서 매번 잘 고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끝까지 설명하기 전에 한 번은 멈추게 됐어요. “뭔가 만들고 있는데 자꾸 내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 같으면 한번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