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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비슷한 시간에 지하철을 타다 보니까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 있었어요. 얼굴을 정확히 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몇 번 보다 보니 그냥 ‘아, 저 사람 또 있네’ 정도는 알게 됐어요.

    그런데 그게 전부였어요. 어디로 가는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집에 가는 건지 출근하는 건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내 일상 한쪽에 있는 사람처럼 지나쳤어요. 나도 지하철을 타면 휴대폰 보고, 앉을 자리 있으면 앉고, 내가 내릴 역만 신경 썼으니까요.

    그러다 《꿈을 나르는 지하철》을 읽다가 그 사람이 갑자기 생각났어요.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까 이상하게 그 사람이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그때 내가 매일 얼마나 많은 사람을 그냥 배경처럼 보고 지나가는지 처음 생각해봤어요.

    1 — 배경처럼 지나친 사람들

    책을 덮고 며칠 뒤에 지하철을 탔는데, 이상하게 예전에 자주 보던 사람이 생각났어요. 매일 같은 시간에 타다 보니까 몇 번씩 마주쳤던 사람인데, 그동안 나는 그 사람을 그냥 지하철 안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만 봤거든요. 어디서 타고 어디서 내리는지 정도도 사실 관심이 없었어요. 그냥 같은 시간에 자주 보이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까 그게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처음에는 책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하철하고 연결하는 게 조금 낯간지럽기도 했어요. 나는 지하철을 그렇게까지 생각하면서 타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책을 덮고 다시 지하철을 타니까 책에서 읽었던 내용보다 내가 매일 보던 장면이 먼저 떠올랐어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도 그렇고, 문 옆에 서 있는 사람도 그렇고, 나처럼 각자 갈 곳이 있어서 여기 타고 있는 거잖아요. 그전에는 그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아무 생각도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날도 결국 휴대폰을 봤지만, 그래도 한 번쯤 주변을 보게 됐어요. 별것 아닌데 책을 읽기 전과는 조금 달랐어요.

    2 —책 읽는 시간보다 딴생각이 더 길었다

    이 책은 읽는 시간보다 읽다가 딴생각한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아요. 책을 빨리 읽고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잘 안 들더라고요. 한 부분을 읽다가 예전에 지하철에서 봤던 장면이 생각나면 잠깐 멈추고, 그러다 또 책을 읽고, 다시 다른 생각을 하고 그랬어요.

    특히 같은 칸에 있는 사람들도 목적지는 전부 다르겠다는 생각이 오래 남았어요. 나는 그냥 지하철 한 칸에 같이 있다는 것만 보고 있었는데, 사실 그 사람들은 각자 다른 곳으로 가고 있는 거잖아요. 같은 역에서 내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또 다른 곳으로 가겠죠.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까 내가 지하철을 너무 내 기준으로만 보고 있었던 것 같기도 했어요. 나는 몇 정거장 남았는지, 자리가 있는지, 휴대폰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이런 것만 보고 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지하철을 타면서 계속 사람들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 건 아니에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그냥 책을 읽고 나니까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게 한 번씩 눈에 들어오는 정도였어요. 어떤 사람은 졸고 있고, 어떤 사람은 휴대폰을 보고 있고, 어떤 사람은 창밖을 보고 있고. 그 사람들도 자기 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잠깐씩 들었어요.

    3 —하루가 비슷하게 느껴질 때

    나는 이 책을 꼭 큰 꿈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만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오히려 요즘 매일 같은 길을 다니고, 비슷한 하루를 반복하면서 '내가 요즘 뭘 하고 있지?' 싶은 사람에게 더 잘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지하철을 매일 비슷하게 타면서 별로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았거든요. 같은 역에서 타고, 비슷한 시간에 이동하고, 휴대폰을 보다가 내릴 역이 되면 내리고. 그러다 보니 그 안에 있는 사람들도 그냥 익숙한 배경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까 사람들이 각자의 하루를 싣고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는 출근하는 중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가는 중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그냥 집에 돌아가는 중일 수도 있겠죠. 나는 그 사람들의 사정을 알 수 없어요. 사실 알 필요도 없고요.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서 뭔가 큰 꿈을 새로 찾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 변화는 없었어요. 대신 내가 매일 지나가는 곳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 건 있어요.

    가끔 지하철을 타고 맞은편 사람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나도 저 사람들처럼 그냥 내 하루를 가지고 여기 앉아 있는 거구나. 그러고 나서는 또 휴대폰을 봐요. 그런데 예전처럼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보다는, 잠깐이라도 주변을 보고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내가 지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나처럼 자기 하루를 가지고 여기 앉아 있겠구나. 그 정도 생각하고 다시 휴대폰을 보지만요.

    그래서 요즘은 지하철을 타면 가끔 휴대폰을 내려놓고 주변을 한 번씩 봐요. 예전처럼 그냥 목적지만 생각하고 지나가기보다는, 잠깐이라도 지금 내가 있는 곳을 보고 가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