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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한참 고민한 메시지가 상대에게는 몇 초짜리 일이었다

    나는 메시지 하나 보내기 전에 한참을 고민했는데, 상대에게는 몇 초짜리 일이었어요. 별로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는데 보내기 전에 문장을 몇 번씩 고쳤어요. 이렇게 쓰면 귀찮아할까 싶어서 지웠다가 다시 쓰고, 괜히 부탁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싶어서 또 바꿨어요.

    그런데 막상 보내고 나니까 답은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왔어요. 내가 혼자 한참 고민했던 시간이 상대에게는 그냥 메시지 하나 읽고 답하는 몇 초였던 거죠.

    그게 좀 이상했어요. 나는 왜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그렇게 오래 걱정했을까 싶더라고요. 그러다 서점에서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라는 제목을 봤어요. 그때는 그냥 제목이 눈에 들어와서 집어 들었는데, 읽다 보니 내가 왜 그렇게까지 고민했는지 나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한참 고민한 메시지

    나는 메시지 하나 보내는 것도 꽤 오래 고민하는 편이었어요. 별로 큰 부탁도 아니었는데 보내기 전에 문장을 계속 바꿨어요. 처음에는 그냥 말투를 조금 다듬는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상대가 이걸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까지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보내면 귀찮아할까?'
    '괜히 부탁하는 사람처럼 보이면 어떡하지?'
    '혹시 별로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실제로 상대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나는 이미 머릿속에서 상대 반응을 만들어놓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정작 내가 부탁하려는 내용보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더 오래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막상 메시지를 보내고 나면 별일도 없었어요. 답이 늦게 오지도 않았고, 내가 걱정했던 반응이 나온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평범하게 답이 왔어요.

    그때 좀 허무했어요. 내가 한참 고민한 메시지가 상대에게는 몇 초짜리 일이었던 거잖아요. 나는 보내기 전까지 혼자 여러 번 상황을 만들어보고 있었는데, 상대는 그냥 메시지를 읽고 답한 거고요.

    책을 읽으면서 그 장면이 다시 생각났어요. 나는 신중하게 생각한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일어난 일보다 내가 미리 만들어놓은 상황을 더 무서워했던 것 같아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겪는 것

    그때부터 조금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는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일을 겪고 나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겪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어요.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도 그랬어요. 상대가 싫어할 수도 있고, 귀찮아할 수도 있고,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먼저 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건 전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어요.

    상대가 싫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귀찮다고 한 것도 아니고,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한 번씩 멈춰보게 됐어요.

    '이게 실제로 일어난 일인가, 내가 미리 만들어놓은 건가.'

    처음에는 이것도 쉽지는 않았어요. 걱정이 들면 그게 너무 실제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래도 한번 구분해보려고 했어요. 실제로 일어난 일이면 그건 내가 처리하면 되는 거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면 일단 보내보고 보면 되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생겼어요.

    한번은 또 부탁할 일이 있어서 메시지를 쓰다가 예전처럼 고치고 있었어요. 그런데 문득 또 이 질문이 생각났어요. 상대가 싫어한다는 증거가 있나? 없었어요. 그냥 내가 그렇게 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냥 보냈어요.

    답은 별일 없이 왔고요. 그때도 약간 웃겼어요. 또 내가 혼자 상황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한참을 있었던 거니까요.

    그렇다고 지금은 메시지를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건 아니에요. 여전히 보내기 전에 고민할 때도 있어요. 다만 예전처럼 그 생각을 바로 사실처럼 받아들이지는 않게 됐어요. 내가 지금 걱정하는 게 실제 상황인지, 아니면 내 머릿속에서 먼저 만들어진 상황인지 한번 보게 됐어요.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내 생각의 출처

    책을 읽으면서 제일 오래 남은 건 사실 이 부분이었어요.

    나는 내가 나를 꽤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을 싫어하는지, 어떤 사람 앞에서 불편해지는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내 생각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별로 안 보고 있었어요.

    그냥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생각하고 넘어간 게 많았어요.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걸 어려워하는 것도 그냥 내가 원래 조심스러운 성격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왜 그렇게 조심하게 됐는지까지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나를 너무 쉽게 단정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어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이 한마디로 끝내면 편하긴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해버리면 그 생각이 어디에서 왔는지 볼 필요가 없어져요. 내가 실제로 그런 사람인지, 아니면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해와서 그냥 그렇게 믿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고요.

    그래서 이 책이 나를 새롭게 정의해준 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어요. 내가 나를 너무 쉽게 정의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보게 만든 책이었어요.

    예전에는 어떤 행동을 하고 나서 '나는 원래 이래' 하고 끝냈다면, 요즘은 아주 가끔 그 뒤에 한 번 더 생각해봐요.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지?' 하고요.

    그렇다고 답이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에요. 어떤 건 여전히 모르겠어요. 그런데 전에는 모르는 상태를 그냥 지나갔다면, 지금은 모른다는 걸 한번 인정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누가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하면 나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읽으면서 네가 너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한번 봐봐.'

    나도 책을 읽고 나서 나를 완전히 알게 된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아직 모르는 게 생각보다 많다는 걸 조금 알게 된 쪽에 가까워요.

     

     

    나는 누군가 요즘 자기 생각이나 행동이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말할 때 이 책을 권하고 싶어요.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읽으면서 자기 생각을 한번 가만히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말할 것 같아요. “읽으면서 네가 너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한번 봐봐”라고 말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