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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먹는지보다 빨리 먹는지, 간단하게 때우는지를 더 신경 쓰고 있었다.

    그게 이상하다는 생각도 별로 안 했습니다. 배가 고프면 먹고, 시간이 없으면 빨리 먹고, 귀찮으면 간단한 걸로 때웠습니다. 뭘 먹을지는 나름 고민하면서도 막상 음식이 나오면 휴대폰을 보면서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음식의 맛을 제대로 기억하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어느 날은 밥을 먹으면서 시금치나물을 한 젓가락 집었습니다. 평소에도 몇 번씩 먹던 반찬이라 별생각 없이 먹었는데, 그날은 조금 오래 씹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싱거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참기름 향이 조금 올라왔습니다.

    그때 "이게 이런 맛이었나?" 싶었습니다.

    정말 별거 아닌 순간이었습니다. 특별한 음식도 아니고, 맛집에서 먹은 것도 아닙니다. 그냥 평소 집에서 먹던 시금치나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장면이 오래 남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나는 뭘 먹을지는 많이 고민했는데, 정작 먹는 순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는 생각하면서도,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을 제대로 먹고 있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를 살리는 음식들』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음식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음식보다 내가 밥을 먹는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조금 궁금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음식을 먹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배고픔만 없애고 있었던 걸까.

    1 — 음식 종류 아닌 먹는 태도 얘기

    책을 읽기 전에는 음식에 대해서 나름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뭘 먹을지 고민도 했습니다. 너무 기름진 건 피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시간이 없으면 간단하게 먹을 만한 걸 찾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음식이 앞에 놓이면 그때부터는 음식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휴대폰을 보면서 먹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서 먹었습니다.

    배가 고프니까 먹고, 다 먹으면 일어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음식의 맛을 기억하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어떤 반찬을 먹었는지는 기억나는데, 그날 그 반찬이 어떤 맛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밥 한 끼를 먹었다는 사실만 남아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했습니다.

    먹을 때는 그렇게 빨리 먹으면서, 먹고 나서는 또 다음 식사를 뭘 먹을지 고민했습니다. 음식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닌데 정작 먹는 순간에는 관심이 없었던 겁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게 조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뭘 먹는지는 신경 쓰면서 왜 먹는 순간은 이렇게 대충 보내고 있지?"

    그 생각이 들고 나니까 예전 식사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혼자 밥을 먹으면서 휴대폰을 보고 있던 모습, 바쁘다고 몇 분 만에 밥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모습 같은 것들입니다.

    그때는 그냥 평소의 식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음식보다 다른 걸 더 보면서 밥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음식의 종류보다 먼저 제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2 — 나를 살리는 음식, 종류가 아니라 순간이었다

    제가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나를 살리는 음식"이라는 말이 어떤 음식이 몸에 좋은지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좋은 음식을 찾아야 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좋은 음식을 찾아놓고도 정작 먹는 순간은 제대로 보내지 않았던 제 모습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건강에 좋다는 음식은 찾아보면서도 막상 밥을 먹을 때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뭘 먹을지는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내가 왜 먹고 있지?"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배가 고파서 먹는 건지, 그냥 시간이 돼서 먹는 건지, 습관처럼 먹는 건지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밥시간이니까 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음식이 어떤 맛인지보다 빨리 먹고 다음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부분이 조금 걸렸습니다.

    음식을 잘 챙겨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음식과 마주하는 시간은 대충 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좋은 재료를 고르는 것과 그것을 먹는 순간은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뒤부터 매 끼니마다 음식에 집중한 건 아닙니다.

    여전히 휴대폰을 보면서 먹을 때도 있고, 바쁠 때는 그냥 빨리 먹습니다.

    그런데 예전과 다른 건 그 모습을 한번 알아차리게 됐다는 겁니다.

    "아, 나 지금 또 빨리 먹고 있네."

    그 생각 하나가 들면 잠깐이라도 휴대폰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정도가 오히려 좋았습니다.

    갑자기 식습관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생각보다, 지금 내가 음식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한번 보게 된 게 더 오래 갈 것 같았습니다.

    3 — 시금치나물에서 참기름 향, 젓가락 내려놓은 날

    그 뒤로 밥을 먹다가 가끔 젓가락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일부러 천천히 먹으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

    그냥 음식 하나를 먹다가 문득 멈췄습니다.

    특히 시금치나물을 먹었던 그날이 기억납니다.

    처음에는 싱거운 것 같았는데 조금 오래 씹으니까 뒤에서 참기름 향이 올라왔습니다.

    그때 또 "이게 이런 맛이었나?" 싶었습니다.

    평소에도 먹던 반찬인데 그날 처음 제대로 먹어본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젓가락을 잠깐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이런 질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나 이거 제대로 먹고 있나?"

    예전 같으면 이런 질문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냥 먹었을 겁니다.

    배가 고프면 먹고, 다 먹으면 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가끔 음식 하나를 먹다가 맛을 한번 느껴봅니다. 싱거운지, 짠지, 어떤 향이 나는지까지 굳이 분석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한 번 느껴보는 정도입니다.

    그렇게 먹다 보면 평소에는 너무 빨리 지나가서 몰랐던 맛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시금치나물에서 참기름 향이 올라왔던 것처럼요.

    그게 저한테는 이 책을 읽고 생긴 가장 현실적인 변화입니다.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하나 더 외운 게 아니라,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걸 제대로 보고 있는지를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요즘도 밥을 먹다가 너무 빨리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젓가락을 잠깐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한 번 봅니다.

    나 지금 이거 제대로 먹고 있나.

    그 질문 하나가 생긴 뒤로 식사하는 시간이 예전과 아주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밥을 먹다가도 가끔 젓가락을 내려놓고 지금 먹고 있는 맛을 한번 느껴봅니다. 뭘 더 좋은 걸 먹으려고 하기보다, 이미 내 앞에 있는 한 끼를 예전보다 조금 덜 급하게 먹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