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항상 옳다"고 믿으며 살아온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책 한 권이 그 확신을 조용히 흔들었습니다. 저는 그 책을 읽으며 머릿속이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경험을 했고, 그 혼란이 뜻밖에도 명상이라는 세계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용기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말이 그냥 겸손한 척하는 표현처럼 들렸습니다. 자신감 없는 사람들이 쓰는 면피성 발언 정도로 여겼다고 할까요.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저자는 스웨덴에서 성공한 기업인이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태국의 숲 속 사원에서 승려 생활을 시작한 인물입니다. 그는 뛰어난 성적으로 명문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정작 자신이 하는 일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주변의 기대를 의식해 즐거운 척 살아갔다는 대목을 읽으며 저는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과연 평생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여기서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개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인지 부조화란 자신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겉으로 표현하는 행동 사이에 간극이 생길 때 발생하는 심리적 긴장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번아웃(Burnout), 즉 신체적·정신적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는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자가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숲으로 들어간 것도 어쩌면 이 메커니즘의 결과였을지 모릅니다.
겸손을 뜻하는 영어 단어 'Humility'의 어원은 라틴어 'humilis', 즉 "땅에 가까운"에서 왔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절대적 진실이 아닌 하나의 가능성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더 넓은 시야가 열린다는 것을 저는 이 책을 통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태도가 실제 관계에서 발휘하는 힘은 생각보다 큽니다. 상대를 이기려는 마음 대신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기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줄어듭니다. 직장에서, 가족 사이에서, 친구와의 대화에서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작은 태도 하나가 대화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명상, 생각을 비우는 연습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하나씩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읽는 분량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반대 현상이 생겼습니다. 하나의 결론에 닿기보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마치 여러 사람이 동시에 떠드는 것처럼 머릿속이 시끄러워졌습니다.
그 순간 저는 생각을 정리할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 것이 명상이었습니다. 명상의 핵심 기법 중 하나가 마음챙김(Mindfulness)인데, 마음챙김이란 지금 이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훈련을 말합니다. 화가 났을 때 화를 없애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화가 났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 그 단순한 행위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실제로 마음챙김 명상의 효과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습니다.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코르티솔(Cortisol) 수치를 낮추고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의 활성화를 돕는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었습니다. 여기서 전전두엽 피질이란 감정 조절, 의사결정, 집중력 등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 영역을 가리킵니다. 미국 심리학회(APA)에 따르면 마음챙김 명상은 불안 완화와 감정 조절 능력 향상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미국심리학회).
명상을 처음 시도해 보니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눈 감고 앉아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쉽게 봤는데, 3분도 채 안 되어 온갖 잡생각이 밀려왔습니다. 할 일 목록, 내일 회의, 어제 했던 말 한마디까지. 그런데 그 잡생각들을 밀어내려는 대신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연습이 쌓이면서, 감정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 조금씩 가능해졌습니다.
마음챙김 명상을 실천할 때 도움이 되는 기본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매일 짧게라도 반복하는 일관성
- 호흡에 집중하며 생각이 흘러가도록 두는 비판단적 관찰
- 명상 후 느낀 감정을 간단히 기록하는 저널링(Journaling) 습관
- 처음에는 5분 이내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시간을 늘리는 점진적 노출
행복은 직접 찾아야 한다
저는 행복도 음식의 취향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먹어보지 않은 음식이 내 입맛에 맞는지 알 수 없듯이, 경험해 보지 않은 방식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줄지도 알 수 없습니다.
비교는 행복을 빼앗는 가장 강력한 기제입니다. SNS를 통해 다른 사람의 화려한 순간만 보며 자신의 일상과 비교하는 행위, 심리학에서는 이를 상향 사회 비교(Upward Social Comparison)라고 부릅니다. 상향 사회 비교란 자신보다 좋은 상황에 있는 타인을 기준으로 삼아 자신을 평가하는 인지 패턴으로, 반복될수록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떨어뜨리고 만성적인 불만족감을 유발합니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SNS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주관적 행복감이 낮아지는 상관관계가 관찰된 바 있습니다(출처: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 부러워서 억지로 헬스장에 등록해 본 적이 있는데, 두 달을 채 못 버텼습니다. 반면 우연히 시작한 독서와 명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운동이 삶의 활력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행이나 요리가 그 역할을 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행복의 형태는 타인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부딪히며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견됩니다.
살아가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럴 때 바꿀 수 없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통제 소재(Locus of Control)라는 심리학 개념이 있는데, 이는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일들을 자신이 얼마나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지에 관한 인식을 말합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길 때, 삶은 훨씬 가볍고 자유로워집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은 결국 패배의 선언이 아닙니다. 저는 이 문장이 타인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의 실수에 지나치게 가혹하게 굴지 않고, 틀림을 배움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것이 결국 더 건강한 관계와 더 풍요로운 삶으로 이어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것을 경험해 보고, 직접 느끼고, 틀려도 괜찮다는 여유를 가져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참고: 미국심리학회,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