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하고 먼저 알아차리는 것 — 책에서 배운 게 아니라 읽고 나서 생긴 내 표현.예전에는 화가 나면 그냥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는 아주 가끔, 진짜 가끔이지만 내가 지금 화가 난 상태라는 걸 먼저 생각하게 됐어요. 그게 저한테는 품위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된 계기였어요.1 — 품위, 나하고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예전에는 품위라는 말을 들으면 저하고는 조금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말을 조심하고, 옷을 단정하게 입고,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 저는 그런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거든요. 뭔가 여유가 있고,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을 보면 '저런 사람이 품위 있는 사람이구나' 했어요.그래서 솔..
계획표만 더 그럴듯해지는 경우가 있었다처음에는 분명 제대로 해보려고 짠 거였어요. 월요일부터는 좀 다르게 해보자 싶어서 아침에 뭘 하고, 몇 시부터 뭘 하고, 저녁에는 부족한 걸 보충하고 이런 식으로 꽤 자세하게 적었어요. 그걸 적고 있으면 뭔가 벌써 하루를 제대로 살고 있는 느낌도 들었고요.그런데 며칠 지나면 꼭 하나씩 틀어졌어요. 늦게 일어나기도 하고, 해야 할 걸 못 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어요. 그러면 그냥 밀린 걸 하면 되는데 저는 또 계획표를 새로 짰어요. 이번에는 시간을 조금 바꿔보고, 순서도 바꿔보고, 지난번보다 더 촘촘하게 적었어요.지금 생각하면 좀 웃긴데, 계획을 다시 짜는 동안에는 제가 뭔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해야 할 일을 한 건 아닌데..
행복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겁니다.그때 책을 읽다가 문득 책에서 눈을 뗐습니다. 그리고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잠깐 멈췄습니다. 책을 읽고 있으니까 당연히 좋은 문장 하나를 찾아야 하고, 기억할 만한 내용을 남겨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제 생활에서 뭘 바꿔야 할지도 생각하게 됐습니다.그런데 이상했습니다.행복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도 저는 계속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그래서 나는 뭘 해야 하지?"그 생각을 하고 있는 저를 보니까 조금 웃겼습니다. 행복도 결국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그래서 그냥 책을 내려놓았습니다.잠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뭔가 대단한 생각이 떠오른 건 아닙니다.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오히..
"오늘 저녁은 뭐 먹을 거야?" 한 마디가 이상하게 남아서 다시 "뭐 먹고 싶어?" 되물었다.어느 날 아내가 평소처럼 물었습니다. 정말 자주 듣던 말이라면 그냥 대답하고 넘어갔을 텐데, 그날은 이상하게 그 말이 바로 지나가지 않았습니다."오늘 저녁은 뭐 먹을 거야?"예전 같았으면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생각하거나 배달을 시킬지 말지 정하고 끝났을 겁니다. 그런데 그날은 대답하기 전에 잠깐 멈췄습니다.그러다 저도 모르게 "뭐 먹고 싶은데?" 하고 다시 물었습니다.별것 아닌 대화였습니다. 결국 그날 특별한 걸 먹은 것도 아닙니다. 메뉴를 정하고 저녁을 먹었고, 평소처럼 하루가 지나갔습니다.그런데 이상하게 그 대화가 기억에 남았습니다.책을 읽기 전이었다면 아마 기억하지 못했을 말입니다. 그런데 『인생 녹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