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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결과를 미리 생각하다가 접었던 일

    글을 쓰는 게 어려웠던 것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를 미리 생각했던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예전에 글을 꾸준히 써서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써보면 되겠지 했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까 사람들이 읽어줄까, 계속 할 수 있을까, 괜히 시작했다가 아무 반응도 없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하나씩 붙더라고요.

    그러다보니 글을 쓰는 방법을 알아보는 시간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어요. 몇 번 찾아보고 조금 적어보다가 결국 접었어요. 그때는 내가 신중하게 판단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글을 못 쓸 것 같아서 접은 게 아니라, 시작하고 난 뒤의 결과를 내가 미리 만들어놓고 겁을 먹었던 것 같아요.

    《7막 7장 그리고 그 후》를 읽으면서 그 일이 다시 생각났어요. 저자가 어린 나이에 자기 앞날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저 나이의 나는 뭘 하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면서 예전에 내가 포기했던 일도 단순히 시간이 없어서였던 건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 — 책 속 저자, 어린 나이에 앞날을 정하고 따라간 것

    어린 나이에 앞날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따라간 부분이 오래 걸렸어요.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그냥 ‘대단하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계속 읽다 보니까 오히려 저자의 나이가 자꾸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나는 그 나이에 뭘 생각하고 있었지 싶었어요.

    나도 그때 뭔가 하고 싶은 게 아예 없었던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생각이 구체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런 걸 해보면 좋겠다’ 정도에서 끝나고, 조금만 현실적인 이야기를 생각하면 바로 ‘그게 가능할까?’ 쪽으로 넘어갔어요. 주변에서 어렵다고 하면 나도 금방 그렇게 생각했고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먼저 정해놓고 그 안에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자가 어린 나이에 자기 앞날을 구체적으로 생각했다는 게 단순히 부럽다기보다는 좀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나는 왜 항상 가능성부터 따졌을까 싶었거든요. 꼭 저자처럼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에요. 그냥 책을 읽다가 나도 예전에 뭔가를 생각했던 순간들이 떠올랐고, 그때 나는 왜 그렇게 빨리 내 생각을 줄였을까 하는 생각이 남았어요.

    2 — 나는 글쓰기가 어려웠던 게 아니었다

    나도 예전에 글을 써서 뭔가 해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글 쓰는 것 자체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몇 번 써보기도 했고, 조금씩 해보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어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까 글을 쓰는 게 어려웠던 것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를 미리 생각했던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읽어줄까, 계속 써도 아무 반응이 없으면 어떡하지, 괜히 시작했다가 별것도 아닌 일이 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계속 했어요.

    그러다보니 글 하나를 쓰기도 전에 그다음 상황을 몇 번씩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막상 써보면 될 일을 혼자 머릿속에서 키워놓고 있었던 거죠. 그때는 그런 걸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내가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그때 일이 다시 떠오르니까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내가 글을 못 써서 접은 게 아니라, 시작한 다음에 어떻게 될지를 너무 빨리 생각했던 것 같아요. 결과가 좋을지 안 좋을지도 모르는데 이미 머릿속에서는 실패한 모습까지 만들어놓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예전 일이 자꾸 생각났어요. ‘그때 그냥 써볼 걸’이라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때의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도 조금 알 것 같았어요. 사실 실패가 무서웠던 건데 그걸 신중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3 — 신중함인 줄 알았는데, 미리 계산하다 접은 것

    예전에는 내가 뭔가를 시작하지 않았던 이유를 신중함이라고 생각했어요. 괜히 시작하지 않고, 가능성을 따져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지 생각한 다음에 결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책을 읽고 예전에 글을 시작하려다가 접었던 일을 다시 떠올리니까 조금 달랐어요.

    내가 했던 건 신중하게 판단한 것보다 실패할 가능성을 미리 계산하다가 접은 것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 ‘아무도 안 보면 어떡하지’, ‘시간만 쓰고 남는 게 없으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을 계속 했어요. 그러다보니 실제로 해본 건 별로 없는데 머릿속에서는 이미 결과까지 다 보고 있었던 거죠.

    그걸 인정하는 게 처음에는 좀 싫었어요. 나는 나름 현실적으로 판단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냥 겁났던 걸 수도 있으니까요. ‘이건 신중한 게 아니라 그냥 겁났던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상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예전에 접었던 일이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책 속 저자가 실패할 가능성이 없어서 움직였던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실패할 가능성이 있어도 일단 움직였다는 게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어요. 잘될 거라고 확신해서 움직이는 것과, 잘될지 모르지만 해보는 건 좀 다르잖아요.

    나도 지금 뭔가를 하려고 하면 여전히 결과부터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책을 읽었다고 갑자기 겁이 없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다만 예전처럼 그걸 무조건 ‘신중한 판단’이라고 부르지는 않게 됐어요. 그때 내가 정말 신중했던 건지, 아니면 실패할까 봐 미리 계산하고 있었던 건지는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됐어요.

     

     

    실패할 가능성이 있어도 일단 움직였다는 게 더 크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나도 뭔가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면 결과부터 정해놓고 포기하지 말고, 일단 조금이라도 해보고 나서 판단해보려고 해요. 잘됐는지는 그다음에 생각해도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