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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뻔한 자기계발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제목부터가 그랬습니다.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처음에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겠지 싶었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 해보라는 이야기나, 목표를 정하고 끝까지 밀고 가라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사실 그런 이야기는 이미 많이 들어봤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고 책을 펼친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까 이상하게 몇 달 동안 열어보지 않았던 파일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휴대폰 배경화면을 만들어보겠다고 시작했던 작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만들어보다가 어느 순간 멈췄습니다. 파일은 그대로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예 열어보지 않게 됐습니다.
가끔 파일 목록에서 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클릭은 안 했습니다.
열면 뭔가 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수정할 것도 보일 것 같고, 다시 시작하면 또 시간을 써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면 끝까지 해야 할 것 같은 생각까지 따라왔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파일을 열어보는 것보다 안 열 이유를 만드는 게 더 빨라졌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그 파일이 다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때는 아직 뭘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한 번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던 날, 몇 달 만에 그 파일을 다시 열었습니다.
1 — 읽기 전 솔직한 생각
사실 이 책을 처음 펼칠 때는 조금 뻔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목부터가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이니까요. 읽기 전에는 아무래도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라는 이야기, 목표를 정하고 끝까지 밀고 가라는 이야기 같은 것들요.
그런데 저는 그런 말을 이미 많이 들어봤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책이 나한테 뭔가 큰 걸 알려주겠구나"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요즘 제가 시작했다가 중간에 멈춘 일들이 하나씩 생각나서 읽어본 겁니다.
특히 배경화면 작업이 떠올랐습니다.
처음에는 꽤 재미있었습니다. 하나 만들어보고, 또 하나 만들어보고, 문구도 바꿔보고 화면도 바꿔봤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만드는 것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해상도도 맞춰야 하고, 문구도 다시 봐야 하고, 썸네일도 만들어야 하고, 파일도 정리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손을 놓게 됐습니다.
그때는 그냥 시간이 없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까 꼭 시간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몇 달 동안 파일은 그대로 있었고, 저는 가끔 그 파일이 있는 걸 알고도 그냥 지나쳤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게 그냥 미뤄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그 일을 왜 그렇게 오래 피하고 있었는지를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2 — 파일을 못 연 이유, 어렵지 않았다
몇 달 동안 파일을 못 연 이유가 사실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었습니다.
파일을 열면 뭔가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게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파일을 열면 수정할 게 보일 테고, 그러면 하나는 해야 할 것 같고, 하나를 하면 또 다른 것도 손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왕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해야지"라는 생각까지 따라왔습니다.
그래서 그냥 안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오늘은 다른 일부터 해야지"였습니다.
그다음에는 "주말에 해야겠다"가 됐고, 나중에는 그냥 파일을 열어보는 것 자체를 미뤘습니다.
이상한 건 파일을 안 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파일을 안 열었다고 해서 그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가끔 파일 목록에서 제목을 볼 때마다 "이것도 아직 안 했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시작하는 것도 어느 순간 하나의 큰 목표가 돼버렸습니다.
"다시 시작해야지."
이 말 자체가 부담스러웠습니다.
다시 시작한다는 건 제대로 해야 한다는 뜻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파일을 여는 것조차 뒤로 미루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단순했습니다.
그냥 파일 하나 열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의 나는 파일 하나를 여는 걸 시작이라고 생각했고, 시작하면 끝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계속 시작을 미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걸 처음으로 조금 떨어져서 보게 됐습니다.
"내가 이걸 못 하는 게 아니라, 시작하는 순간부터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했던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들고 나니까 조금 달라졌습니다.
꼭 오늘 다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 시작했다고 해서 오늘 끝내야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파일을 한번 열어봐도 되는 거였습니다.
3 — 결국 해내는 사람, 밀어붙인 게 아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가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달랐던 부분이 여기였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이 책이 저를 좀 밀어붙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해야지. 다시 해야지. 끝까지 해야지."
그런 마음이 생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였습니다.
책을 읽다가 몇 달 동안 묵혀둔 파일이 생각났고, 그 파일을 왜 안 열고 있었는지를 한번 보게 됐습니다.
시간이 없어서였나.
어려워서였나.
생각해보니까 꼭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열면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서 피했던 겁니다.
그걸 알고 나니까 이상하게 손이 움직였습니다.
책을 덮고 노트북을 켰습니다.
그리고 몇 달 만에 그 파일을 다시 열었습니다.
처음부터 뭔가를 완성하려고 한 건 아닙니다.
그냥 어디까지 했는지 한번 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파일을 열어보니까 생각보다 별일이 아니었습니다.
수정할 부분도 보였고, 예전에 만들어놓은 것도 보였습니다. 몇 달 동안 안 열어봤으니까 저는 그 파일이 아예 손대기 싫은 상태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열어보니 그냥 예전에 멈춘 파일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를 수정했습니다.
그날 한 건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좀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책이 저한테 "당장 해"라고 등을 민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왜 멈춰 있었는지를 한번 보게 했고, 그걸 보고 나니까 손이 다시 움직였습니다.
그 차이가 저는 꽤 컸습니다.
예전에는 다시 시작하는 것부터 또 하나의 목표로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냥 파일을 열었습니다.
4 — 파일 목록에서 보기만 하던 작업이 지금은
지금 그 파일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사실 판매까지 잘 이어진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바로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그런데 예전과 달라진 건 있습니다.
파일 목록에서 보기만 하던 작업이 지금은 조금씩 진행되는 파일이 됐습니다.
한 번 다시 열고 나니까 며칠 뒤에 또 열게 됐습니다. 문구를 조금 고치기도 하고, 해상도를 다시 맞추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할 일이 많아 보이면 그냥 닫아버렸는데, 지금은 일단 하나를 건드려봅니다.
이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예전 같았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몇 개 만들었는데?"
이렇게 물어봤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은 그 숫자보다 파일을 대하는 모습이 달라진 게 더 먼저 보입니다.
몇 달 동안 파일 이름만 보고 지나갔는데, 이제는 가끔 열어봅니다.
아직도 귀찮을 때가 있습니다.
열었다가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아서 다시 닫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몇 달씩 묵혀두지는 않습니다.
그냥 하나 하고 저장해놓습니다.
다음에 또 열면 그다음 것을 합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그동안 "다시 시작하는 것"을 너무 크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시작하면 뭔가 달라져 있어야 할 것 같았고, 시작했으면 결과까지 가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몇 달 동안 닫혀 있던 파일을 다시 열고, 하나를 고치고, 저장하고, 며칠 뒤에 또 여는 것.
지금의 저는 그 정도도 진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일 목록에서 보기만 하던 작업이 지금은 조금씩 진행되는 파일이 됐습니다.
아직 결과를 말하기에는 이릅니다.
그런데 적어도 이제는 그 파일을 보고 모른 척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판매까지 잘 이어진 것도 아니고, 이걸로 뭔가 큰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몇 달 동안 열어보지 못했던 파일을 다시 열고 있다는 것, 저한테는 그게 생각보다 큰 차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