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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원대 운동기구, 거의 안 쓰다 정리. 돈보다 '사면 달라질 거라 믿었던 마음'이 더 기억에 남는다
운동기구를 샀다가 정리한 적이 있어요. 돈이 아까운 것보다 그때의 내가 더 웃겼어요. 그때는 그걸 사면 집에서도 운동을 꾸준히 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별로 오래 고민하지 않고 샀어요.
처음 며칠은 실제로 운동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안 쓰게 됐고, 결국 방 한쪽에 계속 놓여 있었어요. 볼 때마다 '다시 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어느 날 그냥 정리했어요.
예전에는 그걸 보면서 내가 의지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독하게 돈 공부》를 읽고 나니까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내가 산 건 운동기구 하나였는데, 사실 그때는 그걸 사면 달라질 것 같은 내 모습까지 같이 샀던 것 같아요.
10만 원대 운동기구와 '달라질 거라 믿었던 마음'
운동기구를 살 때는 정말 운동을 더 열심히 할 것 같았어요. 집에 이게 있으면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시간 날 때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운동기구가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며칠 지나고, 몇 주 지나고 하다 보니 점점 손이 안 가더라고요. 결국 방 한쪽에 계속 놓여 있다가 나중에는 정리했어요.
그때는 그냥 내가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열심히 하다가 안 하게 됐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있었고, 그 마음을 해결해줄 물건으로 운동기구를 산 거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소비가 다시 생각났어요. 나는 운동기구 하나를 산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앞으로 달라질 내 모습을 미리 산 느낌이었어요. 이걸 사면 운동하는 사람이 될 것 같고, 집에서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될 것 같고, 뭔가 지금의 나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물건 하나가 있다고 내가 달라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운동기구는 그대로 있었는데 나는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갔어요. 그때는 그걸 몰랐어요. 그래서 지금도 뭔가를 사고 싶을 때면 가끔 그 운동기구가 생각나요. '이걸 사면 내가 정말 달라질까?'라는 생각을 한번 해보게 된 것도 그때 일 때문인 것 같아요.
운동복 7만 원, 며칠 뒤 안 사도 아무렇지 않았다
최근에는 운동복을 하나 사고 싶었어요. 가격은 7만 원 정도였어요. 처음 봤을 때는 꽤 마음에 들었고, 운동할 때 입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운동복이 오래되기도 해서 스스로 납득할 이유도 있었고요.
그래서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예전 같았으면 그 자리에서 결제했을 것 같아요. '운동할 때 입을 거니까 필요한 거다'라고 생각하면 별로 망설일 이유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며칠 놔뒀어요.
며칠 뒤에 다시 장바구니를 열어봤는데 좀 이상했어요. 처음 봤을 때 그렇게 사고 싶었던 옷인데, 다시 보니까 안 사도 별로 상관이 없더라고요. 지금 있는 운동복으로 운동하는 데 특별히 불편한 것도 아니었고요. 결국 그냥 안 샀어요.
그때 생각이 하나 들었어요.
내가 그 옷을 정말 필요해서 사려고 했던 건지, 아니면 사고 싶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건지 구분이 잘 안 됐던 거예요.
처음에는 둘이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운동복이 필요하고, 마음에 드는 운동복을 봤으니까 사는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며칠 지나서 마음이 식고 나니까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7만 원을 아꼈다는 것보다 그게 더 기억에 남았어요. 그날에는 꼭 사야 할 것처럼 느껴졌는데 며칠 지나니까 없어도 아무렇지 않았다는 것. 결국 그때의 마음이 계속 유지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운동기구를 샀던 때도 다시 생각났어요. 그때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사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겼고, 그다음에 '이게 필요하다'는 이유를 붙였던 건 아닐까 싶었어요.
책 아닌 내가 만든 기준 — 두 명의 나를 비교하다
이건 책에 나온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한 건 아니에요. 책을 읽고 실제로 운동복을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며칠 기다려봤는데, 그 경험 때문에 제가 직접 만든 기준에 가까워요.
사고 싶은 순간의 나와 며칠 뒤의 내가 같은 생각을 하는지만 한번 보게 됐어요.
사고 싶은 순간에는 마음이 좀 커져 있잖아요. '이거 있으면 좋겠다'에서 시작해서 어느 순간 '이건 필요하다'가 돼요. 그러면 사야 할 이유도 계속 생겨요. 운동할 때 필요하고, 지금 사두면 좋고, 나중에는 더 비쌀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며칠 지나서 다시 보면 그때만큼 급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운동복도 그랬고요. 그래서 지금은 뭔가 사고 싶으면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둬요. 바로 결제하지 않고 그냥 놔둬요.
그리고 며칠 뒤에 다시 봐요.
그때도 여전히 사고 싶으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고, 별로 생각이 안 나면 그냥 안 사요. 이게 저한테는 꽤 현실적인 기준이 됐어요. 굳이 '나는 이제 절약해야지' 하고 마음먹는 것보다 두 명의 나를 한번 비교해보는 게 편하더라고요.
그리고 하나 더 묻게 됐어요.
'이걸 사면 내가 정말 행동이 달라질까?'
예전 운동기구 때문에 생긴 질문이에요. 운동기구를 사면 운동을 더 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뭔가를 살 때도 물건만 보지 않고 그걸 산 다음의 나를 한번 생각해봐요.
이게 있다고 정말 내가 달라질 건지, 아니면 지금 달라지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 물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지요.
아직 매번 잘 구분하는 건 아니에요. 사고 싶은 건 여전히 사고 싶고, 장바구니에 넣어놓고도 계속 생각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예전처럼 그 마음이 생겼다고 바로 결제하지는 않게 됐어요.
그냥 며칠 뒤의 나한테 한번 넘겨봐요. 그때의 내가 뭐라고 하는지 보려고요.
'이걸 사면 내가 정말 행동이 달라질까?' 질문이 생겼다.
요즘도 뭔가 사고 싶으면 이 질문부터 한번 떠올려요. 그렇다고 매번 안 사는 건 아닌데, 적어도 물건을 사는 순간에 내가 기대하는 모습이 뭔지는 한번 보게 됐어요. 예전 운동기구처럼 사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보다, 사기 전에 며칠 기다려보는 쪽이 나한테는 조금 편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