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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 버튼을 누를까 말까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결국 손을 못 댔다. 불안한 상태에서 결정을 안 한 것 같아요.
투자한 돈이 10만 원 넘게 빠지고 나서부터였어요. 처음에는 몇 년을 생각하고 산 돈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계속 내려가는 걸 보니까 생각이 며칠 단위로 짧아지더라고요. '더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면서 자꾸 확인하게 됐고, 어느 순간에는 그냥 팔아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갔어요.
그런데 그때 《돈의 심리학》을 읽고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팔기 전에 내가 지금 판단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불안해서 뭔가 하고 싶은 건지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1 — 돈의 심리학 첫 인상, 수익률 숫자에 기분이 움직였다
나는 투자할 때 수익률 숫자를 그냥 숫자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그렇지 않더라고요. 수익이 나면 괜히 내가 투자를 잘하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별다른 걸 한 것도 없는데 계좌가 올라가 있으니까 '내가 그래도 보는 눈이 있나?'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반대로 떨어지면 바로 생각이 달라졌어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어요. 같은 종목인데 올라갈 때는 내가 잘한 것 같고, 내려가면 내가 뭔가 판단을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는 거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투자한 돈보다 수익률 숫자를 더 자주 보고 있었어요. 아침에 한번 보고, 낮에 궁금해서 또 보고, 별일 없는데도 휴대폰을 켜면 확인하고 있었어요.
그때는 그냥 투자하고 있으니까 확인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숫자에 제 기분이 같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올라가 있으면 하루가 괜찮고, 내려가 있으면 괜히 마음이 불편하고요.
《돈의 심리학》을 읽으면서 이걸 처음 제대로 봤어요. 나는 투자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수익률에 따라 제 기분부터 바뀌고 있었던 거예요.
2 — 10만 원 빠지자 몇 년 계획이 며칠 단위로 짧아졌다
처음 투자할 때는 몇 년 정도 생각하고 있었어요. 당장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며칠 오르고 내리는 걸 보면서 사고팔 생각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돈이 빠지니까 그 생각이 그렇게 오래 가지 않더라고요.
10만 원이 넘게 빠진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생각이 짧아졌어요. 처음에는 몇 년을 생각했는데, 그때부터는 '내일 더 떨어지면 어떡하지', '이번 주 안에 다시 올라올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참 이상했어요. 투자할 때 세운 계획은 그대로인데 숫자가 조금 내려갔다는 이유만으로 제가 생각하는 시간의 범위가 확 줄어든 거잖아요.
그러다 결국 팔 버튼 앞까지 갔어요. 휴대폰을 들고 팔까 말까 한참 봤어요. 정말 팔고 싶었던 건지, 그냥 더 떨어지는 걸 보기 싫었던 건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결국 손을 못 댔어요.
지금 생각하면 투자를 잘해서 안 판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불안한 상태에서 결정을 안 한 것에 가까웠어요.
그 뒤에도 마음은 계속 불편했어요. 그래도 바로 팔지 않고 하루를 넘겼어요. 그리고 하루 지나서 다시 보니까 전날에는 그렇게 크게 느껴졌던 일이 생각보다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그 경험이 꽤 기억에 남았어요. 돈이 줄어드는 순간에는 몇 년짜리 계획도 며칠짜리 걱정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제가 직접 겪어본 거니까요.
3 — 돈의 심리학 오해, 투자 잘하는 방법 알려주는 책 아니다
처음에는 이 책이 투자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어요. 어떤 투자를 해야 하는지,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 그런 이야기가 중심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읽다 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르더라고요.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보였던 건 투자 지식보다 제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투자할 때 나름대로 생각하고 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돈이 빠지니까 팔까 말까 하고 있었잖아요. 몇 년을 생각하고 산 돈인데 10만 원 넘게 빠졌다는 이유로 갑자기 며칠 뒤를 걱정하고 있었고요.
그걸 생각하니까 좀 웃겼어요.
책에서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도 중요했지만, 제가 실제로 팔 버튼 앞에서 한참 고민했던 장면이 더 오래 남았어요. '나는 투자에 대해 알고 있으면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내 돈이 줄어드니까 그렇지도 않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투자 지식이 많아지는 것만큼이나 내가 어떤 상황에서 흔들리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아직 투자할 때 떨어지면 신경 쓰여요. 괜찮은 척할 정도는 아니에요. 다만 예전에는 그런 불안이 생기면 그게 바로 행동으로 이어졌는데, 지금은 그 사이에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 생겼어요.
4 — 지금은 예전보다 덜 들여다보면서 투자한다
요즘은 예전보다 수익률을 덜 들여다보면서 투자하고 있어요.
아예 안 보는 건 아니에요. 저도 사람이니까 떨어지면 궁금해요. 올라가 있으면 또 기분이 좋고요. 다만 예전처럼 숫자가 움직일 때마다 바로 휴대폰을 열어보지는 않아요.
특히 뭔가 결정하고 싶을 때는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서 이 결정을 하려고 하지?'를 한번 생각해보게 됐어요.
불안해서 팔려고 하는 건지, 처음에 생각했던 이유가 실제로 바뀐 건지 한번 구분해보는 거예요.
이걸 한다고 해서 항상 현명한 판단을 하는 건 아니에요. 저도 여전히 헷갈리고, 어떤 날은 괜히 확인했다가 또 마음이 흔들려요. 그래도 예전처럼 수익률 숫자가 제 판단까지 끌고 가게 두지는 않으려고 해요.
결국 저한테 《돈의 심리학》은 투자하는 방법을 새로 알려준 책이라기보다, 내가 어떤 상태에서 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지를 보게 한 책에 가까워요.
그래서 지금은 투자한 금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만 보는 게 아니라, 그걸 보고 있는 내가 어떤 상태인지도 한번 같이 보려고 해요.
예전보다 덜 들여다보면서 투자하고 있다.
예전에는 수익률이 움직이면 바로 확인하고, 불안하면 뭔가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지금은 떨어져도 일단 하루 정도 생각해보고, 내가 불안해서 움직이려는 건 아닌지 한번 더 보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