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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틀렸나 싶어 몇 번 다시 봤는데 메모가 맞았음. 나는 분명히 내가 기억하는 순서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예전에 적어둔 메모를 다시 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더라고요. 처음에는 날짜를 잘못 적어놓은 건가 싶었어요. 그래서 한 번 보고 넘긴 게 아니라 몇 번 다시 봤어요.
그런데 볼수록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게 틀린 쪽이었어요. 내가 먼저 했다고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는 며칠 뒤였고, 순서도 내가 기억하던 것과 조금 달랐어요. 며칠 차이니까 큰일은 아닌데, 이상하게 기분이 묘했어요. 내가 직접 겪은 일이고, 꽤 선명하게 기억한다고 생각했던 일이었으니까요.
그때 처음으로 내 기억을 확인한 게 아니라 그냥 믿고 있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전에는 내가 기억하는 일이 틀릴 거라고 별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메모 하나를 다시 확인하고 나니까, 내가 확신하고 있는 것과 실제로 있었던 일이 꼭 같은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 메모가 맞고 내가 틀렸다
메모를 다시 확인했는데 내가 기억하던 것과 달랐어요. 나는 분명히 어떤 일을 먼저 하고 그다음에 다른 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메모에는 순서가 반대로 적혀 있었어요. 날짜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며칠 차이가 났고요.
처음에는 메모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그때 적으면서 날짜를 잘못 썼을 수도 있겠다고요. 그래서 한 번 보고 넘어가지 않고 몇 번을 다시 봤어요. 다른 메모도 찾아보고, 그때 주고받은 내용도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볼수록 메모 쪽이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 순간 기분이 좀 묘했어요. 내가 직접 겪은 일인데 내가 기억하는 내용이 실제 기록하고 다르다는 게 이상했어요. 큰 사건도 아니고 며칠 정도 차이가 난 일이었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나는 이런 정도는 당연히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그동안 내가 기억을 얼마나 확신하면서 살아왔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도 내가 기억하는 순서대로 이야기하면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했어요. 굳이 기록을 찾아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메모 하나를 다시 확인하고 나니까 조금 달라졌어요. 기억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내가 기억한 게 틀린 걸 확인하는 건 느낌이 좀 다르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예전 일을 떠올릴 때 아주 조금은 조심하게 됐어요.
2 — 확인 안 하고 상대를 의심했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누군가와 예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다가 서로 기억하는 내용이 달랐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나는 상대방이 잘못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속으로는 '아니, 그때 그게 먼저였는데?' 하고 있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기록을 찾아본 것도 아니었어요. 문자나 메모가 있었을 수도 있는데 확인하지 않고 그냥 내가 기억하는 쪽을 믿었던 거예요. 이상하죠. 상대방의 기억은 의심하면서 내 기억은 확인도 안 하고 맞다고 생각했던 거니까요.
그때는 내가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내가 직접 겪은 일이니까 내가 제일 잘 알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특히 기억이 선명하게 느껴지면 더 그랬어요.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니까 실제로 그 일이 있었던 것처럼 확신하게 되는 거죠.
《두번째 지능》을 읽으면서 이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기억이라는 게 내가 필요할 때 정확한 파일 하나를 꺼내보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경험이나 나중에 알게 된 내용들이 섞일 수도 있고, 그러면서 내가 기억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예전의 나를 돌아보면 조금 민망하기도 해요. 내 기억을 확인한 게 아니라 그냥 믿고 있었던 것이니까요. 상대방과 기억이 다르면 누가 맞는지를 먼저 따졌는데, 지금이라면 일단 내가 틀렸을 가능성도 같이 생각해볼 것 같아요.
물론 모든 일을 기록으로 확인하면서 살 수는 없죠. 별것 아닌 일까지 하나하나 따질 필요도 없고요. 다만 내가 너무 확신하고 있을 때는 오히려 한 번쯤 멈춰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3 — 기억은 파일이 아니라 매번 다시 꺼내는 것
예전에는 기억이라는 걸 머릿속에 저장해두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있고, 나중에 필요하면 꺼내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가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으면 그게 실제로 있었던 그대로라고 믿었고요.
그런데 메모를 확인했던 일을 겪고 나니까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기억은 파일을 하나 열어보는 것처럼 똑같은 내용이 나오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다시 꺼내면서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내가 기억하는 걸 무조건 믿지는 않아요. 특히 이상할 정도로 확신이 들 때는 오히려 한 번 확인해봐요. '내가 정말 이렇게 기억하는 게 맞나?' 하고요. 기록이 있으면 찾아보고, 없으면 그냥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정도는 생각해두는 편이에요.
기록을 남기는 이유도 조금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잊지 않으려고 기록했어요. 일정이나 해야 할 일처럼 나중에 까먹으면 곤란한 것들을 적어두는 정도였죠. 그런데 지금은 나중에 헷갈릴 때 확인하려고 기록을 남겨요.
많이 적는 건 아니에요. 중요한 일이 있었을 때 날짜나 순서를 짧게 적어두는 정도예요. 그때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나중에 기억이 섞이면 그 짧은 기록이 생각보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가장 달라진 건 확신이 강할수록 한 번 확인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예전에는 확신이 있으면 확인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게 됐어요. 너무 확실하다고 느껴지는 기억일수록 내가 다른 경험하고 섞어서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예전 일을 누군가와 이야기하다가 서로 기억이 다르면 바로 누가 맞는지부터 생각하지 않아요. 기록이 있으면 한번 찾아보고, 없으면 그냥 서로 다르게 기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나한테는 그 정도의 변화예요. 기억을 믿지 않게 된 게 아니라, 기억만 믿고 판단하지는 않게 된 것에 가까워요.
“내가 기억하는 게 정말 맞을까?” 생각 해본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특히 누군가와 같은 일을 겪었는데 서로 기억이 달랐던 적이 있다면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나처럼 내 기억을 꽤 확실하게 믿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읽고 나서 예전 일을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은 달라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