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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한 시간 생각해도 바뀌는 건 없었다

책읽기 프로젝트 매니저 2026. 8. 15. 18:58

목차


    “한 시간 가까이 생각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다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어요. 그 자리에서는 그냥 넘어갔는데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왜 그렇게 말했는지, 내가 그때 뭐라고 했어야 했는지, 그 말을 다시 떠올리고 또 떠올렸어요. 그러다 보니 한 시간 가까이 지나 있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그 사람한테 다시 가서 뭘 바꿀 수도 없었어요. 이미 끝난 대화였고, 내가 그 사람의 생각이나 말투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때 《명상록》에서 읽었던 내용이 갑자기 생각났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내가 계속 생각하고 있는 이 일이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한번 물어봤어요.

    1 — 명상록 첫인상, 예전엔 하루 몇 번씩 떠올렸다

    예전에는 누군가와 이야기하다가 기분이 상하는 일이 생기면 그게 하루 중에 몇 번씩 다시 떠올랐어요. 그 자리에서는 그냥 넘어간 것 같은데 집에 오면 또 생각나고, 다른 일을 하다가도 갑자기 그 사람이 했던 말이 떠오르고요. 자기 전에도 꼭 한 번씩 다시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상대방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가 궁금했던 건데, 나중에는 제가 그때 뭐라고 했어야 했는지까지 생각하게 됐어요. '그때 이렇게 말할 걸' 하고 혼자 다시 대화를 해보는 거죠. 그러면 또 화가 나고요.

    이번에도 비슷했어요. 한 시간 가까이 생각했는데 막상 가만히 따져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이미 끝난 대화였고, 상대방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제가 지금 가서 바꿀 수도 없었어요.

    그때 《명상록》에서 읽었던 내용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혼자 '이 사람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인가?' 하고 물어봤어요.

    당연히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 질문을 하고 나니까 조금 허탈했어요. 한 시간 가까이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던 거니까요. 화가 풀린 건 아니었어요. 그냥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한번 보게 된 거예요.

    그게 예전과는 조금 달랐어요.


    2 — 명상록이 바꾼 것, 잘못과 감정을 나눠서 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제가 계속 기분 나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 사람이 먼저 잘못했는데 내가 왜 마음을 풀어야 하지?'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어요.

    그러니까 상대방의 행동과 제 감정을 거의 한 덩어리로 생각했던 거죠.

    저 사람이 잘못했으니까 내가 화가 나는 것도 맞고, 화가 났으니까 그 일을 계속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굳이 둘을 나눠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읽고 나니까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저 사람이 잘못했다'와 '그래서 내가 계속 이 기분으로 있어야 한다'는 같은 말이 아니구나.

    이게 저한테는 좀 컸어요.

    상대방이 잘못한 건 그대로예요. 제가 갑자기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이해하게 된 것도 아니고요. 여전히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마음에 안 들었어요.

    다만 그 사람의 행동과 제가 그 일을 계속 붙잡고 있는 건 별개의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상대방이 한 행동을 계속 생각하면서 제 감정도 같이 끌고 갔다면, 지금은 중간에 한번 나눠서 보게 됐어요. '저 사람이 잘못한 건 맞는데, 내가 이걸 계속 생각하고 있어야 하나?' 하고요.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바로 마음이 편해지는 건 아니었어요. 화가 날 때는 여전히 화가 나고, 기분이 상하면 하루 정도 계속 생각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예전처럼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사실이 제가 계속 화를 내야 하는 이유까지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은 조금 생겼어요.

    저한테는 그게 《명상록》을 읽으면서 생긴 가장 현실적인 변화였어요.


    3 — 화를 참으라는 책? 읽어보니 반대였다

    처음에는 《명상록》을 약간 오해했던 것 같아요. 이런 책은 아무리 화가 나도 참고, 어떤 일이 생겨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읽다 보니까 꼭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저한테는 감정을 없애는 책이라기보다 감정이 생긴 다음에 내가 어떻게 할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처럼 느껴졌어요.

    저도 처음에는 '화가 나는 것 자체도 내가 잘못한 건가?' 싶을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또 이상하잖아요. 화가 날 만한 상황에서 화가 나는 것까지 억지로 없애려고 하면 결국 제 감정을 또 제가 억누르게 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책에 있는 내용을 전부 정답처럼 가져오지는 않으려고 했어요. 읽으면서 '이건 나한테 맞겠다' 싶은 부분만 가져오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중에서 요즘 제일 많이 생각나는 건 '이 일을 계속 생각하는 게 지금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되지?'라는 질문이에요.

    예전 같으면 기분이 상한 일을 계속 생각하면서 답을 찾으려고 했을 텐데, 이제는 중간에 한번 이 질문을 해보려고 해요.

    그렇다고 화가 안 나는 건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서운할 수도 있고,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할 수도 있어요. 저도 여전히 그래요.

    다만 이제는 화가 났다는 사실하고, 그 화를 몇 시간이고 계속 붙잡고 있는 건 조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명상록》을 읽고 그 차이를 조금씩 구분해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 일을 계속 생각하는 게 지금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되지?'라는 질문을 해보게 됐다.

    그 질문을 한다고 화가 바로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예전처럼 하루 종일 그 일을 되감고 있지는 않게 됐어요. 적어도 내가 붙잡고 있는 게 정말 필요한 건지는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