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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하루를 검사하듯 바라보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자기 하루를 검사하듯 바라보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하루가 끝나면 오늘 뭘 했는지부터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일보다 못 한 일이 먼저 보였습니다.

    계획을 다섯 개 세워놓고 세 개를 했다면, 세 개를 한 걸 생각하기보다 두 개를 못 했다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를 꽤 열심히 보냈는데도 마지막에는 "오늘 망쳤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런 날이 일주일에 3~4일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이라서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해야 할 일을 했고, 사람도 만나고, 운동도 하고, 나름대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해놓은 기준을 다 채우지 못하면 그날은 그냥 부족한 날이 됐습니다.

    저도 모르게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검사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몇 점인지, 계획대로 했는지, 시간을 제대로 썼는지 계속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으면서 마음에 오래 남았던 것도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하루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바라보는 시선이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특별한 일이 있어야 하루가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일이 생기거나 뭔가를 해냈거나, 반대로 아주 힘든 일이 있어야 그날을 돌아봤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날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냥 커피를 마시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집에 돌아옵니다.

    그런 날들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되어 있는데도 저는 자꾸 결과가 있는 날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걸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하루를 잘 보냈는지를 판단하기 전에, 그냥 오늘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한번 바라보는 것.

    저에게는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뭔가를 더 열심히 하게 만든 책이라기보다, 이미 지나가고 있는 하루를 너무 쉽게 검사하고 있던 제 모습을 보게 만든 책에 가까웠습니다.

    1 — 자기 하루를 검사하듯 보는 사람에게

    나는 힘든 일이 있을 때도 그걸 빨리 없애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힘들면 힘든 대로 그냥 두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뭔가 기분이 안 좋으면 왜 그런지 계속 생각했고, 하루가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하면 내일은 다르게 보낼 수 있을지 바로 계획부터 세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힘든 감정도 그냥 지나가는 감정으로 두지 못했습니다.

    이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처럼 생각했습니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으면서 조금 다르게 느꼈던 부분이 있습니다.

    힘든 건 힘든 대로 두면서도 그 안에 있는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는 시선이었습니다.

    그게 저한테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나는 뭔가 큰 변화가 있어야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별것 아닌 장면을 제대로 보는 것도 하루를 살아가는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날 전체가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아침부터 뭔가 꼬였으면 저녁까지 그 기분을 끌고 갔습니다.

    그런데 꼭 모든 게 좋아져야 하루가 괜찮아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기분은 그대로인데도 커피가 맛있을 수 있고, 날씨가 좋지 않아도 잠깐 웃을 일이 생길 수 있고, 계획대로 되지 않은 날에도 내가 한 일 하나는 남아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걸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오늘 하루가 마음에 드느냐, 안 드느냐로만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하고 싶냐고 물으면, 저는 자기 하루를 검사하듯 바라보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나처럼 하루가 끝나면 잘한 것보다 못한 것부터 세는 사람.

    힘든 일이 생기면 그 감정까지 빨리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는 이 책이 "힘내라"고 말하기보다, 잠깐 주변을 한번 보게 만드는 책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읽기 전 내 아침

    예전 아침에는 커피를 마시면 거의 습관처럼 휴대폰부터 봤습니다.

    눈을 뜨면 알림을 확인하고, 메시지를 보고, 오늘 해야 할 일을 생각했습니다.

    커피는 그냥 그 사이에 마시는 음료였습니다.

    어느 날은 커피를 내려놓고도 한참 휴대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창밖을 봤습니다.

    그날은 특별한 날이 아니었습니다.

    날씨가 아주 좋았던 것도 아니고, 기분 좋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냥 평소처럼 사람들이 지나가고 차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그 장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잠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지금 이 시간 안에 있구나."

    별것 아닌 말인데 그때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평소에는 아침부터 오늘 할 일을 생각했습니다.

    오늘 뭘 해야 하는지, 어제 못한 건 뭔지, 계획대로 가고 있는지부터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시간은 늘 다음 일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에도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게 아니라, 곧 뭘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날은 처음으로 커피를 마시는 몇 분을 그냥 커피 마시는 시간으로 두었습니다.

    창밖을 조금 보고 다시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게 뭐 대단한 변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제가 평소 하루를 얼마나 급하게 지나가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끝나면 또 이상하게 한 일보다 못 한 일이 먼저 보였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다섯 개 적었다면 세 개를 했어도 두 개를 못 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것밖에 못 했네"라는 말이 쉽게 나왔습니다.

    사실 그날에도 분명히 한 일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세지 않았습니다.

    못 한 것만 세고 있었던 겁니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으면서 제가 조금씩 생각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었습니다.

    대단한 일이 있어야 삶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순간을 한 번 바라보는 것.

    그날 아침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본 일이 별일 아닌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제 하루를 보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3 — 책 읽고 달라진 것, 3~4일이 한두 번으로

    책을 읽기 전에는 일주일에 3~4일 정도 "오늘 망쳤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계획했던 일을 다 못 했을 때 특히 그랬습니다.

    하루에 해야 할 일을 여러 개 적어놓고 하나라도 빠지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두세 개를 해놓고도 못 한 것만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하루를 보낸 시간보다 제가 하루를 평가하는 시간이 더 피곤했습니다.

    "이것도 못 했네."

    "이걸 왜 미뤘지."

    "내일은 이렇게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났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이 숫자가 조금씩 줄었습니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인 것 같습니다.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하면 거짓말입니다.

    여전히 계획대로 안 되면 순간적으로 "오늘 망쳤네"라는 생각이 나옵니다.

    다만 예전과 다른 건 그 생각을 사실처럼 받아들이지 않게 됐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오늘 망쳤네"라는 생각이 들면 그냥 정말 망친 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있다가 다시 생각합니다.

    오늘 못 한 것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한 건 뭐가 있었지.

    그러면 이상하게 몇 가지가 보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것.

    해야 할 자료를 정리한 것.

    누군가에게 연락한 것.

    운동을 한 것.

    별것 아닌 것들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걸 하루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작은 것들도 내가 실제로 보낸 시간 안에 들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숫자가 줄어든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오늘 망쳤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 번 더 보게 됐습니다.

    오늘 정말 아무것도 못 했는지.

    아니면 내가 정해놓은 기준을 다 채우지 못했을 뿐인지.

    이 둘은 생각보다 다르더라고요.

    예전에는 기준을 못 채우면 하루 전체를 실패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기준을 못 채운 날은 그냥 기준을 못 채운 날로 남겨두려고 합니다.

    그게 저한테는 꽤 큰 변화였습니다.

    4 — 장영희 선생님 시선, 힘내라는 말이 아니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앞으로 힘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습니다.

    힘든 날에는 그냥 힘든 날도 있다는 걸 조금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기분이 안 좋으면 빨리 바꾸려고 했습니다.

    왜 이런 기분이지 생각하고, 기분을 풀 방법을 찾고, 내일은 괜찮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아, 내가 또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이 말이 생긴 게 저한테는 꽤 컸습니다.

    생각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오늘 망쳤네"라는 생각도 여전히 나옵니다.

    다만 그 생각이 나오면 예전처럼 바로 믿어버리지 않고 한 번 바라봅니다.

    내가 또 못 한 것만 보고 있구나.

    오늘 하루 전체가 나빴던 건 아닌데, 지금 내가 그렇게 보고 있구나.

    그렇게 한 번 알아차리고 나면 생각이 조금 느슨해집니다.

    그러면 아주 작은 것들이 다시 보입니다.

    아침에 마셨던 커피도 그렇고, 잠깐 봤던 창밖도 그렇고, 그날 누군가와 나눈 짧은 대화도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장면들이 하루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뭔가를 해냈을 때만 하루가 채워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힘내라고 등을 밀어주는 책이라기보다, 이미 지나가고 있는 하루를 조금 천천히 바라보게 만든 책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게 생각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지금도 바쁜 날에는 예전 습관이 나옵니다.

    계획을 못 지키면 짜증이 나고, 못 한 일이 먼저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완벽하게 바뀌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한 번 생각합니다.

    "아, 내가 또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그 한마디를 하고 나면 그다음에 보이는 게 조금 달라집니다.

     

     

    요즘은 하루를 끝내면서 못 한 일부터 세지 않으려고 합니다. 여전히 아쉬운 날도 있지만, 그날 내가 보낸 시간까지 전부 나쁘게 만들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그냥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보냈구나, 하고 하루를 그대로 두는 날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