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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찌지 않는 몸> 리뷰 (원인, 습관, 함정)

by 책읽기 프로젝트 매니저 2026. 6. 10.

살찌지 않는 몸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다이어트 실패가 전부 제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먹고 싶은 걸 참지 못하는 의지력 문제, 작심삼일로 끝나는 나약함의 문제라고 자책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 생각이 꽤 잘못된 방향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다이어트를 반복해서 실패하는 분이라면, 문제가 의지력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 실패의 진짜 원인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마다 저는 늘 같은 패턴을 반복했습니다. 처음 며칠은 잘 버티다가 어느 순간 무너지고, 그 뒤엔 자책하면서 그 스트레스를 다시 음식으로 푸는 악순환이었습니다. 당연히 살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더 찌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살이 찌는 건 먹는 양을 조절하지 못한 개인의 문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아무리 의지를 다져도 일정 시점이 지나면 반드시 무너졌고, 그 과정이 너무 규칙적이어서 오히려 이상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반복되는 패턴에는 생물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인간의 뇌와 몸은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치며 에너지를 최대한 저장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체중이 줄기 시작하면 뇌는 이를 위기 신호로 받아들이고, 기초대사량(BMR)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여기서 기초대사량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몸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하는 최소한의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BMR이 낮아지면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잘 찌는 몸이 됩니다. 그래서 극단적인 식단 제한 후에 요요현상이 오는 건 의지력이 무너져서가 아니라, 몸이 원래 그렇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가장 먼저 강조하는 메시지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이어트 실패를 자신의 나약함으로 해석하기보다 몸의 작동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과 싸우기보다 몸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 때 비로소 건강한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체질보다 습관

살이 잘 안 찌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한 자기 절제력이 있을 것 같지만, 제가 관찰한 주변 사람들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먹고 싶은 걸 다 못 먹어서 안달 난 사람보다는, 그냥 먹는 것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게 체질 차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습관의 차이에 더 가깝습니다.

핵심은 식욕 호르몬 조절에 있습니다. 렙틴(Leptin)과 그렐린(Ghrelin)이 대표적인 식욕 조절 호르몬인데, 렙틴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그렐린은 배고픔을 유발합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그렐린 분비가 늘고 렙틴 분비가 줄어들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게 됩니다. 실제로 하루 수면이 6시간 미만인 사람은 7~8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비만 위험이 약 30%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국립수면재단).

살찌지 않는 습관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식사 속도를 의식적으로 늦추기 (포만 신호는 식사 시작 약 20분 후 전달됨)
  • 끼니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먹기
  • 하루 7시간 이상 수면 확보하기
  • 격렬한 운동보다 일상 속 활동량 늘리기
  • 눈에 보이는 환경을 건강한 식품 위주로 바꾸기

이 중에서 저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간식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뒀을 때와 서랍 안에 넣어뒀을 때 섭취량이 눈에 띄게 달랐습니다. 의지력이 강해진 게 아니라, 의사결정 자체를 줄인 것입니다.

결국 살찌지 않는 사람들의 비밀은 특별한 다이어트 비법이 아니라 좋은 습관이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환경에 있었습니다. 건강한 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생활 습관이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라는 사실을 이 책은 보여줍니다.

도파민이 만든 식욕의 함정

이 부분이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공감한 내용입니다. 저는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이 맛이 없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거였는데, 그게 단순히 입맛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도파민(Dopamine)은 쾌락과 보상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강한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그 자극에 점점 익숙해지고, 같은 쾌감을 느끼기 위해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해집니다. 이를 도파민 역치가 높아진다고 표현하는데, 역치란 반응이 일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자극 수준을 의미합니다. 역치가 높아질수록 일상적인 자연 음식으로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이 바로 이 역치를 끌어올리는 주범입니다. 초가공식품이란 원재료를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공하고,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정제 탄수화물과 첨가물을 다량 포함한 식품을 말합니다. 라면, 과자, 패스트푸드, 가공 음료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음식들은 혈당지수(GI, Glycemic Index)가 높아 혈당을 급격히 올렸다가 떨어뜨리면서 다시 먹고 싶게 만드는 사이클을 반복시킵니다. 혈당지수란 특정 식품이 혈당을 얼마나 빠르게 올리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아이들이 먹고 남긴 과자가 아까워서 집어먹고, 배가 불러도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더 먹고, 밥배와 간식배는 따로라고 우기며 또 먹던 제 모습이 딱 이 사이클에 갇혀있던 것이었습니다. 의지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도파민 회로가 그 패턴을 학습해버린 상태였습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초가공식품의 과잉 섭취가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20대, 30대에는 대충 먹어도 금방 회복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40대에 접어들면서 그 여유가 확연히 줄었고, 알면서도 못 본 척했던 것들이 더 이상 무시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체중계 숫자가 올라간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숫자가 오르게 된 생활 자체가 문제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일반적으로 다이어트 성공 여부는 체중 감소로 판단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체중만 보는 방식은 꽤 위험합니다. 몸무게가 줄었다고 반드시 건강해진 것도 아니고, 조금 늘었다고 실패한 것도 아닙니다. 인슐린 감수성(Insulin Sensitivity), 즉 혈당 조절 능력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식사 패턴이 얼마나 규칙적인지, 수면의 질이 어떤지가 장기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지표입니다. 인슐린 감수성이란 같은 양의 인슐린으로 혈당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낮출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 책의 제목인 살찌지 않는 몸에 대해 한 가지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완전히 살찌지 않는 몸은 없습니다. 하지만 쉽게 살이 찌지 않는 환경과 습관은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자책을 멈추고 몸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다이어트에 여러 번 실패했다면, 의지를 더 다지는 것보다 생활 환경을 먼저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자극적인 음식을 구매하지 않고, 잠을 충분히 자고,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화려한 비법이 없어서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그게 오히려 현실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영양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국립수면재단, 세계보건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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