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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까요. VAN사 영업관리 업무를 하던 시절, 저는 완벽하게 준비한 비교표와 수수료 계산서를 들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계약을 만든 건 그 자료가 아니라, 우연히 꺼낸 한 문장이었습니다. 칩 히스·댄 히스의 『스틱』은 그 이유를 SUCCESs 원칙으로 정확하게 설명해 줍니다.
계약서보다 한 문장이 강했던 이유
VAN사에서 영업관리를 하던 시절, 저는 한 가지 패턴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경쟁사 비교표를 준비하고, 수수료 차이를 숫자로 보여주고, 서비스 항목을 하나씩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설명이 길어질수록 사장님들의 눈빛이 흐려졌습니다.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정보 앞에서 판단 자체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느 날, 오래된 음식점 사장님을 만났을 때였습니다. 책상 위엔 이미 여러 업체의 제안서가 쌓여 있었고, 사장님은 "다들 비슷한 얘기만 하네"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준비한 자료를 접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단말기를 팔러 온 게 아니라, 손님이 계산하다 불편해서 다시 안 오는 일을 줄여드리러 왔습니다." 사장님이 처음으로 제 쪽을 바라봤습니다.
『스틱』을 읽으면서 그날 일이 떠올랐습니다. 책은 이 현상을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지식의 저주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상대도 당연히 이해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전문가일수록 상대의 눈높이를 잃고 설명이 길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도 그 함정에 빠져 있었던 겁니다.
- 정보가 많을수록 상대는 판단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지식의 저주는 전달자가 스스로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 상대의 언어로 말할 때 비로소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SUCCESs 원칙, 직접 써보니 느낀 것
『스틱』의 핵심은 SUCCESs 원칙입니다. 단순성(Simple), 의외성(Unexpected), 구체성(Concrete), 신뢰성(Credible), 감성(Emotional), 스토리(Stories)의 영문 앞 글자를 딴 여섯 가지 원칙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메시지에는 이 요소들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고 저자들은 설명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중에서 실무에서 가장 체감이 컸던 건 구체성(Concrete)이었습니다. 구체성이란 머릿속에 선명한 장면이 떠오를 수 있도록 메시지를 설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고객 만족을 높이자"는 말은 들어도 행동이 떠오르지 않지만, "손님이 계산하다 불편해서 다시 안 오는 일을 줄이자"는 말은 상황 자체가 그려집니다. 그날 음식점 사장님이 반응한 것도 결국 이 구체성 때문이었다고 지금은 이해합니다.
의외성(Unexpected)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에 따르면 사람은 예상 가능한 흐름 앞에서 집중력을 잃습니다. 뇌가 "이미 아는 패턴"이라고 판단하면 주의를 거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메시지는 대부분 기대를 살짝 비트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따르면, 통계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청중의 기억 보존율이 최대 22배 높아진다는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숫자보다 이야기가 22배라는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그동안 영업 현장에서 비교표와 데이터에 얼마나 의존해왔는지 다시 돌아봤습니다.
메시지 전달력보다 먼저 필요한 것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스틱』은 기억되는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을 정교하게 알려주지만, 저는 그 전 단계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만들기 전에, 상대가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과정 말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영업 현장에서 보면 같은 문장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비용 절감이라는 말이 어떤 사장님에게는 결정적이지만, 다른 사장님에게는 "문제 생겼을 때 바로 와줄 수 있냐"는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결국 기억되는 메시지는 내가 잘 만든 문장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문제와 연결해서 받아들일 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단순성(Simple)도 다르게 읽힙니다. 책에서는 핵심 하나를 남기고 나머지를 덜어내라고 말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어떤 핵심을 남길 것인가는 상대를 관찰한 뒤에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짧게 줄인다고 단순한 메시지가 되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국내 마케팅 연구에서도 수신자 특성을 반영한 메시지가 그렇지 않은 메시지보다 설득 효과가 유의미하게 높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출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지금 창업을 준비하면서 저는 이 책을 마케팅 기술서가 아니라 사람 이해서로 다시 읽고 있습니다. 좋은 메시지는 결국 상대를 얼마나 관찰했는가의 결과물이라는 것, 그게 제가 『스틱』에서 가져온 가장 큰 인사이트입니다. 감성(Emotional)이 행동을 만든다는 원칙도, 상대가 무엇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쓸 수 있는 도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틱은 마케팅 전공자가 아니어도 읽을 수 있나요?
A.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책 전체가 전문 용어보다 실제 사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저도 마케팅 이론을 따로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읽었지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영업이나 발표처럼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해본 분이라면 더 빠르게 체감이 올 겁니다.
Q. SUCCESs 원칙 여섯 가지를 전부 갖춰야 효과가 있나요?
A. 책에서는 여섯 가지가 많이 겹칠수록 강력하다고 설명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상황에 따라 하나만 제대로 써도 충분히 효과가 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는 음식점 사장님과의 대화에서 구체성 하나만으로 분위기를 바꿨습니다. 전부를 동시에 구현하려다 오히려 메시지가 복잡해지는 경우도 있으니, 처음에는 한두 가지에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Q. 블로그 글쓰기에도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A. 제가 직접 써봤는데, 특히 제목과 첫 문장을 잡는 데 체감 차이가 컸습니다. 의외성 원칙을 적용해서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신 질문이나 반전으로 시작했더니 글의 이탈률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도 "이 글에서 독자가 하나만 기억한다면 무엇인가"를 먼저 정하는 습관이 생겼고, 그게 구성을 훨씬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Q. 지식의 저주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요?
A. 책에서 가장 실용적으로 느낀 방법은 "이 주제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한다면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먼저 써보는 겁니다. 저는 영업 준비를 할 때 이 방식을 쓰면서 불필요한 전문 용어를 많이 덜어냈습니다. 결국 지식의 저주는 상대의 눈높이를 얼마나 자주 떠올리느냐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스틱』은 단순히 마케팅 기술을 정리한 책이 아닙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왜 기억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SUCCESs 원칙이라는 구체적인 틀로 답을 줍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 영업 현장에서 겪은 경험들이 이론적으로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언가를 설명할 때 길게 늘어놓는 것보다, 상대가 자신의 상황과 연결할 수 있는 한 문장을 찾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책의 원칙을 적용하기 전에 상대를 관찰하는 시간이 먼저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습니다. 기억되는 메시지 전달력은 기술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태도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창업을 준비하거나 콘텐츠를 만들거나 발표를 자주 하는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더 말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먼저 묻게 될 겁니다.
참고: Harvard Business Review — Why Your Brain Loves Good Storytelling /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