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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5시간짜리도 버려봤다

책읽기 프로젝트 매니저 2026. 8. 25. 09:44

목차


    5시간짜리 버림 — 더 아까운 건 별로인 걸 붙잡고 있는 것.

    그 배경화면은 만드는 데 거의 5시간이 걸렸어요. 처음에는 오히려 제가 만든 것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편이었어요. 문구도 괜찮았고 장식도 나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휴대폰에 넣고 봤을 때도 별로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 했거든요.

    그런데 며칠 써보니까 조금씩 거슬리는 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익숙해지면 괜찮겠지 했는데, 휴대폰을 켤 때마다 같은 부분이 계속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장식도 처음에는 화면이 덜 밋밋해 보여서 넣었던 건데, 시간이 지나니까 오히려 복잡하게 느껴졌고요.

    결국 장식을 빼보고 문구도 줄여봤어요. 그래도 처음 만들었던 느낌을 억지로 살리는 것보다 그냥 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시간이나 썼다는 게 아깝기는 했어요. 그런데 그때는 이상하게 5시간을 썼으니까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아깝게 느껴졌어요.

    배경화면 테스트, 5시간짜리를 버린 날

    만들 때는 글씨가 크게 들어가야 문구가 잘 보이고, 장식도 어느 정도 있어야 화면이 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 만들었을 때는 오히려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어떤 걸 넣을지 고민해서 넣은 거니까 각각의 이유도 있었고요.

    그런데 며칠 동안 실제로 휴대폰에 넣고 써보니까 느낌이 달랐어요. 처음 볼 때는 괜찮았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화면을 보다 보니까 글씨가 조금 피곤하게 느껴졌어요. 문구도 처음에는 많아 보이지 않았는데 계속 보니까 굳이 이렇게까지 넣어야 하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글씨 크기를 줄이고 문구도 조금 덜어냈어요.

    그때 알았어요. 만들 때는 뭔가 많이 넣어야 완성도가 올라가는 것처럼 생각했는데, 실제로 계속 보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덜어내는 게 편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장식도 마찬가지였어요. 만들 때는 그 장식 하나가 있어야 화면이 덜 밋밋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지나니까 그게 계속 눈에 걸렸어요. 처음에는 내가 공들여 넣은 거라 빼기가 아까웠는데, 막상 빼고 나니까 화면이 훨씬 편해졌어요.

    그때부터 뭔가 만들 때의 판단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동안의 판단이 꼭 같지는 않다는 걸 조금씩 느끼게 됐어요.

    20장 중 12장, 통과 기준은 며칠 뒤에도 편한가

    그래서 20장 정도를 직접 테스트해봤어요. 처음부터 '이건 통과, 이건 탈락' 이렇게 정해놓고 한 건 아니고, 하나씩 휴대폰에 넣어보고 며칠씩 써봤어요.

    어떤 건 하루 만에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막상 계속 보니까 문구가 눈에 너무 들어오는 것도 있었고요. 또 어떤 건 며칠 동안은 아무 생각이 없다가 그 이후에야 뭔가 거슬리는 부분이 보였어요.

    처음부터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잘 안 보이더라고요.

    결국 20장 중에서 계속 남겨둔 건 12장 정도였어요. 나머지 8장은 버리거나 다시 만들었어요. 숫자로 보면 8장이나 빠진 거라 처음에는 조금 아깝기도 했어요. 그래도 계속 써보니까 왜 빼야 하는지는 알겠더라고요.

    특히 장식을 뺐던 디자인이 기억에 남아요. 처음 장식을 없앴을 때는 화면이 너무 허전해 보여서 '괜히 뺐나?' 싶었어요. 내가 보기에도 뭔가 하나 빠진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니까 오히려 편했어요.

    처음에는 허전하다고 느꼈는데, 계속 보니까 그 허전함이 불편한 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는 게 좋았어요. 그때 조금 묘했어요. 만들 때는 허전하지 않게 하려고 넣었던 건데, 실제로 사용하고 보니까 그걸 빼는 게 더 편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 20장을 테스트하면서 내가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계속 사용할 때 중요하게 느껴지는 게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미 만든 거니까 살려야 한다 — 그 순간이 위험했다

    사실 제일 어려웠던 건 버리는 거였어요.

    이미 만들어놓은 게 있으니까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어요. 특히 5시간이나 걸려 만든 건 더 그랬고요. '여기까지 했는데 그냥 버리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는 내가 만든 걸 좋아해서 붙잡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이미 만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붙잡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만든 건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그 결과물에 끌려가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내가 선택해서 만든 건데, 나중에는 '이만큼 시간 썼으니까 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계속 가지고 있는 거니까요.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을 읽으면서도 그 부분이 많이 생각났어요.

    내가 얼마나 오래 고민했는지, 얼마나 시간을 들였는지,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이디어가 괜찮은지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5시간을 들였다고 해서 그 배경화면이 갑자기 더 좋은 배경화면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나는 한동안 그걸 헷갈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 조금 조심하게 됐어요.

    물론 지금도 아까워요. 5시간 동안 만든 걸 그냥 빼버리면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죠. 그런데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가져가면 오히려 다음에 할 일을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그 5시간짜리 디자인도 빼버렸어요.

    그런데 막상 빼고 나니까 별일이 없었어요. 휴대폰 화면에서 없어졌을 뿐이고, 내가 만든 시간까지 사라진 것도 아니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렇게 아깝더니 며칠 지나니까 또 다른 디자인을 보고 있었어요.

    그때 좀 웃겼어요. 내가 그렇게 붙잡고 있던 게 없어져도 생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요.

    그 뒤로는 뭔가를 만들고 나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보이면, '여기까지 했으니까 살려야지'라는 생각부터 하기보다는 정말 계속 가지고 있을 만한 건지 한 번 더 보게 됐어요.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가져가는 게 더 큰 손해일 수 있어요. 예전에는 이미 만든 건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마음에 안 드는 게 분명하면 조금 아깝더라도 빼려고 해요. 아직도 버릴 때마다 아쉽기는 한데, 그걸 붙잡고 다음 걸 못 보는 것보다는 그냥 보내는 게 낫다는 생각은 조금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