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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하고 먼저 알아차리는 것 — 책에서 배운 게 아니라 읽고 나서 생긴 내 표현.
예전에는 화가 나면 그냥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는 아주 가끔, 진짜 가끔이지만 내가 지금 화가 난 상태라는 걸 먼저 생각하게 됐어요. 그게 저한테는 품위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된 계기였어요.
1 — 품위, 나하고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품위라는 말을 들으면 저하고는 조금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말을 조심하고, 옷을 단정하게 입고,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 저는 그런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거든요. 뭔가 여유가 있고,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을 보면 '저런 사람이 품위 있는 사람이구나' 했어요.
그래서 솔직히 저한테 품위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 건 좀 어색했어요. 저도 나이를 먹었지만 화날 때 화가 나고, 기분 나쁜 말을 들으면 표정부터 달라질 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른의 품위》를 읽으면서 제가 생각했던 품위가 조금 달라졌어요.
특히 읽고 나서 제 경험을 생각하다가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하고 먼저 알아차리는 것이라는 표현이 생겼어요. 이 문장을 책에서 그대로 배운 건 아니에요. 책을 읽고 나서 제가 실제로 화가 났던 순간을 떠올리다 보니까 그렇게 표현하게 된 거예요.
예전에는 화가 나면 '저 사람이 왜 저러지?'가 먼저였어요. 내가 화가 났다는 사실보다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이유를 찾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주 가끔이지만 '아, 내가 지금 화가 났네'라는 생각을 먼저 할 때가 있어요.
그게 뭐 대단한 변화는 아니에요. 화가 안 나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내가 화가 난 상태라는 걸 한 번 알아차리는 것.
저는 오히려 그게 품위라는 단어와 조금 가까운 것 같았어요.
2 — 저한테는 그 30분이 꽤 컸던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제가 부탁한 일이 있었는데, 상대방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처리한 적이 있었어요.
그 순간에는 바로 말하고 싶었어요. '아니, 내가 분명히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왜 이렇게 했지?'라는 생각부터 들었거든요. 저도 제 말이 맞다고 생각했고, 상대방이 잘못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바로 이야기하면 말투가 세게 나올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그 자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어요.
처음 10분 정도는 사실 다른 일이 눈에 잘 안 들어왔어요. 뭘 하고 있어도 아까 일이 계속 생각났어요. '내가 분명히 이렇게 말했는데.' 그 생각이 계속 반복됐어요.
한 20분쯤 지나니까 조금 다른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화가 난 건 맞는데, 지금 가서 이야기하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 10분 정도는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생각보다 제가 정확히 뭐 때문에 불편했는지를 생각했어요. 내가 화난 이유를 한번 들여다본 거죠.
그렇게 30분 정도 지나고 다시 이야기했어요.
그렇다고 화가 다 풀린 건 아니었어요. 여전히 억울했고, 상대방이 잘못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말하는 방식은 조금 달라졌어요.
지금 생각하면 저한테는 그 30분이 꽤 컸던 것 같아요.
감정이 없어진 게 아니라 감정하고 제가 조금 떨어져 있었던 느낌이랄까.
그 전에는 화가 나면 그 감정 안에 제가 그냥 들어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30분 정도 다른 일을 하면서 떨어져 있으니까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저는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컸어요.
3 — 책 읽기 전이었으면, '역시 내가 맞네'
사실 책 읽기 전이었으면 그 30분을 다르게 썼을 것 같아요.
자리를 피했다고 해도 속으로는 계속 상대방한테 따지고 있었을 것 같아요. '내가 분명히 말했는데 왜 저렇게 했지'부터 시작해서, 예전에 비슷했던 일까지 생각났을 것 같고요.
그러면 30분이 지나도 화가 풀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역시 내가 맞네'라는 확신이 더 생겼을 것 같아요.
저는 화가 나면 머릿속에서 제가 왜 화가 났는지 설명을 되게 잘 만들거든요. 처음에는 하나였던 일이 나중에는 두세 가지가 돼요. 그러다 보면 상대방이 잘못한 이유가 점점 많아져요.
그렇게 되면 내가 화난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더 강해지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어요.
상대방이 잘못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과 별개로,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생각해봤어요.
그때 품위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아무도 안 보는 데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품위와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 앞에서 예의 있게 행동하고, 말을 조심하고, 옷을 단정하게 입는 게 더 품위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반대인 것 같아요.
아무도 안 보는 데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기분이 상했을 때 바로 반응하는지 아니면 한 번 생각해보는지, 그런 게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대방이 잘못한 건 잘못한 거예요. 그렇다고 내가 화난 대로 말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 둘은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이 조금씩 생겼어요.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 때문에 기분이 상하면 완벽하게 참는 사람이 되려고 하지는 않아요. 그건 저도 자신 없어요.
대신 아주 잠깐이라도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하고 생각해보려고 해요.
저한테는 그게 예전보다 조금 현실적인 품위인 것 같아요.
4 — 화가 났을 때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끝낸 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평소에는 책장에 꽂아두고 있다가, 또 누군가 때문에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한번 다시 펼쳐볼 것 같아요.
아마 그때도 책을 읽는다고 화가 바로 없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또 '내가 맞는데'라는 생각부터 들 수도 있고요. 저도 사람이라서 그건 쉽게 안 바뀔 것 같아요.
다만 예전처럼 그 감정만 가지고 바로 행동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 번쯤은 멈춰서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라고 생각해보고 싶어요.
이번에 그 30분을 보내면서 보니까, 저한테는 감정을 없애는 것보다 감정과 저 사이에 조금 거리를 두는 게 더 필요했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 책은 앞으로 누군가에게 화가 났을 때 다시 확인해보고 싶은 책으로 남을 것 같아요.
내가 또 누군가에게 화가 났을 때 다시 확인해보고 싶은 책.
그때도 아마 화는 날 것 같아요. 다만 바로 말하기 전에 잠깐 멈추고,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한 번은 생각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