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누가 나한테 괜찮다고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제목을 봤어요

    누가 나한테 괜찮다고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제목을 봤어요. 퇴사하고 몇 주 동안 하루가 좀 이상했어요. 할 일이 없는 건 아닌데, 아침에 눈을 떠도 예전처럼 정해진 곳에 가야 하는 게 없으니까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도 조금 달랐어요.

    구직 사이트도 보고, 공부도 하고, 책도 읽었어요. 그런데 하루가 끝나면 이상하게 '오늘 내가 뭘 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뭔가 충분히 하지 못한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이 시간에도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고요.

    그때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라는 제목을 봤어요. 원래라면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는데, 그때는 제목이 이상하게 오래 눈에 들어왔어요.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적어도 그때는 나한테 뭔가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퇴사 후 책 선택, 괜찮다는 말 한마디가 필요했을 때

    퇴사하고 나서 책을 고를 때도 예전이랑 조금 달랐어요. 예전에는 뭔가 배울 게 있거나, 지금 나한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을 먼저 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때는 그런 것보다 그냥 마음이 좀 지쳐 있었어요. 누가 나한테 괜찮다고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주변 사람한테 내가 힘들다고 계속 얘기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사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힘든지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웠어요. 퇴사를 한 게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하루를 보내고 나면 뭔가 허전하고, 내가 제대로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은 계속 있었어요.

    그러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라는 제목을 봤어요. 그때는 책 내용보다 제목이 먼저 들어왔어요.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그 제목을 보고 한참 생각했어요. '내가 지금 듣고 싶은 말이 뭘까' 하고요.

    결국 그 책을 골랐어요. 뭔가 답을 얻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그냥 그때의 나한테 조금 다른 말을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퇴사 후 몇 주, 하루가 끝나면 한 게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퇴사하고 몇 주 동안은 하루가 끝나면 늘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오늘 내가 뭘 했지?' 분명히 구직 사이트도 봤고, 공부도 했고, 책도 읽었는데 이상하게 한 게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예전에는 출근해서 일을 하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있었어요. 해야 할 일이 있고, 끝나는 시간이 있고, 누군가와 업무 얘기도 하고요. 그런데 퇴사하고 나니까 그런 기준이 없어졌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이 내 것이긴 한데, 오히려 그게 더 애매했어요.

    그래서 계획을 세웠어요. 오전에는 구직 활동을 하고, 오후에는 공부를 하고, 운동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계획대로 하루가 흘러가지 않는 날이 생기면 그날은 바로 실패한 날처럼 느껴졌어요. 운동을 못 하면 운동을 못 한 것만 생각했고, 공부를 조금밖에 못 하면 그것도 한 일로 잘 안 쳐줬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 하루를 평가하는 데 더 신경 쓰고 있더라고요.

    오늘 몇 시간 공부했는지, 구직 사이트를 얼마나 봤는지, 책을 몇 페이지 읽었는지 계속 따졌어요. 사실 뭘 했는지보다 얼마나 했는지를 보고 있었던 거죠.

    그때는 그게 다 제 의지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게을러진 것 같았어요. 출근할 때는 잘 일어났는데 왜 지금은 아침부터 마음대로 안 되는지, 왜 계획을 세워놓고도 그대로 못 하는지 스스로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게으른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생활의 기준이 갑자기 사라진 상태였는데, 나는 그걸 전부 내 의지 문제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걸 인정하고 나니까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퇴사했다고 갑자기 사람이 달라진 게 아니라, 내가 하루를 판단할 기준 자체가 없어졌던 거니까요.

    책을 읽다 멈춘 10분, 내가 나를 평가하고 있었다

    책을 읽다가 어느 날 책을 덮고 한참 앉아 있었어요. 시간을 정확하게 잰 건 아닌데 아마 10분에서 15분 정도였던 것 같아요. 원래 같으면 책을 덮자마자 휴대폰을 봤을 텐데 그날은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그때 하루를 하나씩 떠올려봤어요. 오늘 구직 사이트를 봤고, 책도 조금 읽었고, 밥도 먹었고, 잠깐 산책도 했고요. 운동은 못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아무것도 안 한 날은 아니더라고요.

    이상했어요. 하루 종일 마음속에서는 아무것도 못 한 사람처럼 느껴졌는데, 실제로 한 일을 하나씩 꺼내놓으니까 완전히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었어요.

    그러면서 문득 '내가 지금 힘든 상태인 것까지 내가 또 평가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퇴사하고 힘든 것 자체를 그냥 받아들이면 될 텐데, 나는 힘들어하는 나를 또 평가하고 있었어요. '이 정도도 못 견디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다른 사람들은 벌써 뭔가 하고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을 계속 했거든요.

    그날은 그런 생각을 더 이어가지 않았어요. 그냥 책을 덮어놓고 앉아 있었어요. 그래서 그날은 나를 평가하는 걸 잠깐 멈춘 것에 가까웠어요.

    뭔가 대단한 깨달음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갑자기 마음이 편해진 것도 아니고요. 그냥 그날만큼은 '오늘은 이 정도 했네' 하고 지나갔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10분이 기억에 남아요. 내가 하루를 잘 보내려고 애쓰는 것보다, 하루를 잘 보내지 못했다고 계속 나를 몰아붙이는 게 더 힘들 수도 있겠다는 걸 처음 알았거든요.

    읽고 나서 달라진 것, 점수 매기는 횟수가 줄었어요

    책을 읽고 나서 하루가 완전히 달라진 건 아니에요. 지금도 계획했던 일을 못 하면 아쉽고, 하루가 마음에 안 드는 날도 있어요. 그런데 하나 달라진 건 하루를 끝내면서 나한테 점수 매기는 횟수가 줄었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오늘은 몇 점짜리 하루였지?'라는 식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많이 했으면 괜찮은 날이고, 별로 못 했으면 망한 날이고요. 그런데 지금은 꼭 그렇게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으려고 해요.

    특히 예전에는 하루가 마음에 안 들면 금방 '나는 왜 이 모양이지'까지 갔어요. 오늘 하루를 못 보낸 이야기가 어느 순간 나라는 사람 전체에 대한 평가가 돼버리는 거죠.

    요즘은 거기까지 가기 전에 한번 끊어요.

    '오늘은 좀 힘들었나 보다.'

    그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날이 생겼어요. 물론 매번 되는 건 아니에요. 또 예전처럼 생각이 길어질 때도 있고, 괜히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마음이 복잡해질 때도 있어요.

    그래도 예전과는 조금 달라요. 하루에 있었던 일을 가지고 나까지 같이 평가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와 지금을 생각해보면, 나는 위로받으려고 책을 폈는데 오히려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지를 보게 된 책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누가 나한테 괜찮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제목을 봤어요.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까 그 말을 꼭 다른 사람이 해줘야 하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어도 예전처럼 내가 나한테 계속 점수를 매기면서 하루를 끝내지는 않으려고 하니까요.

     

     

    '나는 왜 이 모양이지'까지 가지는 않고 '오늘은 좀 힘들었나 보다' 하고 한번 끊어요.

    요즘도 마음이 무거운 날은 있지만, 예전처럼 그날 하루를 가지고 나까지 판단하지 않으려고 해요. 잘한 날은 잘한 대로, 별로였던 날은 그냥 그런 날로 두고 다음 날 다시 시작하는 쪽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