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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버멘쉬> 리뷰 (자기 초월, 가치창조, 아모르파티)

by 책읽기 프로젝트 매니저 2026. 6. 5.

위버멘쉬

 

 

삶을 잘 살고 싶다는 마음, 누구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잘 산다"는 게 무엇인지 물으면 쉽게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어느 순간 내가 원해서 이 길을 걷는 건지, 아니면 그냥 다들 이쪽으로 가니까 따라온 건지 헷갈렸습니다. 그 혼란 속에서 손에 든 책이 <위버멘쉬>였습니다.

자기초월 - 어제의 나를 넘어서다

솔직히 이 질문을 처음 마주했을 때 꽤 불편했습니다. 살면서 스스로와 세상에 대한 가치, 의미에 의구심을 품는 순간이 분명히 있었고, 그럴 때마다 제가 선택한 방향이 정말 저의 것이었는지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니체는 인간을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과정 속의 존재로 보았습니다. 그가 말한 자기 초월(Selbstüberwindung)이란, 어제의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의 한계를 의식적으로 넘어서는 행위를 뜻합니다. 여기서 자기 초월이란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기준 안에서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 부분에서 라는 시각도 있는데 — 그저 어제보다 나아지면 된다는 말이 결국 막연한 위로에 불과하다는 반응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느꼈습니다. 현실적으로 훨씬 유리한 출발점에서 시작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하고 나면, '나 자신을 이기면 된다'는 말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릴 수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자신만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그것을 쫓아 살아가는 사람들은 환경의 차이에도 쉽게 휘둘리지 않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 굳건함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통찰과 깨달음이 쌓인 결과였고, 그 과정이 바로 위버멘쉬가 되어가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니체의 자기초월 개념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국면에서 가장 선명해집니다.

  • 실패 앞에서 무너지는 대신 그것을 성장의 재료로 전환하는 순간
  • 타인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기준으로 오늘을 평가하는 순간
  • 불편함을 피하지 않고 그 안에 머물며 의미를 찾아내는 순간

철학자 니체가 허무주의(Nihilismus)를 경계했다는 점도 이 맥락에서 중요합니다. 허무주의란 삶의 의미와 가치를 모두 잃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상태입니다. 기존의 가치가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가치를 직접 세우지 않으면, 인간은 그 공백 속에서 표류하게 된다는 게 니체의 진단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진단은 100년이 넘은 지금도 놀랍도록 유효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3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의 약 15%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삶의 의미 상실과 무기력감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가치창조와 아모르파티 -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

니체의 또 다른 핵심 개념인 가치창조(Werteschöpfung)는, 남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삶의 의미를 세워나가는 행위를 말합니다. 여기서 가치창조란 거창한 철학적 선언이 아니라, "나는 이것이 중요하다"라고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이 개념을 처음 읽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어떻게 사느냐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조언은 이미 수없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생은 그냥 조언대로 살아지지 않습니다. 저는 그 간격이 항상 불편했습니다. 읽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비교하고 흔들리는 것이 인간이라는 생각, 그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니체가 말한 아모르파티(Amor Fati)가 더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아모르파티란 라틴어로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며,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것 — 고통과 실패까지 포함하여 — 을 삶의 일부로 긍정하는 태도입니다. 이것이 단순히 현실을 참으라는 말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현재의 어려움조차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가장 오래 멈췄던 부분은 사실 니체 본인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평생 건강 문제로 고통받았고, 학계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채 외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문장들은 단정하고 힘이 있었지만, 그 사이에 녹아있는 외로움과 슬픔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위버멘쉬로 향하는 여정은 너무 외롭고 고달프고 모순적인데, 그 여정 속에서 믿을 것 또한 외롭고 불완전한 본인 뿐이라는 사실이요.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지향점을 잡아놓고 그것과 한없이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는 것, 그게 결국 현실을 살면서 닿지도 못할 꿈을 쫓는 우리의 삶과 무엇이 달랐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가 꿈꾸던 초인은 아무리 넘어져도 스스로가 정한 방향으로 묵묵히 다시 걸어가는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그렇다면 니체는 이미 초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니체 철학의 실존주의적(existentialist) 성격, 즉 인간이 스스로 의미를 창조해야 한다는 관점은 이후 사르트르와 하이데거 등 20세기 철학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스탠퍼드 철학 백과사전에서도 니체를 실존주의의 선구자로 명확히 위치시키고 있습니다(출처: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이 책의 핵심 개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위버멘쉬(Ubermensch):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초월하는 인간
  • 허무주의(Nihilismus): 기존 가치의 붕괴 이후 삶의 의미를 잃는 상태 — 니체가 가장 경계한 함정
  • 가치창조(Werteschöpfung): 스스로 삶의 의미를 세우고 그에 책임지는 행위
  • 아모르파티(Amor Fati): 고통과 실패까지 포함한 자신의 운명 전체를 긍정하는 태도
  • 자기초월(Selbstüberwindung): 어제의 나를 의식적으로 넘어서려는 끊임없는 시도

이 책은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를 묻는 책입니다. 삶이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도, 그 과정을 어떤 태도로 걸어가느냐는 결국 스스로가 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책의 몇몇 문장이 삶의 곳곳에서 떠올라, 휘둘리려는 순간들에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길 기대합니다. 삶을 살아가다 적절한 순간에 맞는 책을 만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세계보건기구,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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