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윗집 부부, 발소리 너머의 하루

책읽기 프로젝트 매니저 2026. 8. 4. 15:41

목차


    “내가 들은 건 발소리였지, 그 사람의 하루까지 들은 건 아니었다.”

    이 생각은 『윗집 부부』를 읽고 나서 한참 남았던 문장이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다. 그때는 밤 11시가 넘어서도 들리는 발소리가 꽤 신경 쓰였다. 하루 이틀이면 그냥 넘겼을 텐데, 비슷한 상황이 한 달 정도 이어지다 보니 점점 예민해졌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왜 저 시간에 저렇게 움직이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하루를 마치고 쉬고 싶은 시간인데 위에서 소리가 나니까 불편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입장에서만 상황을 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알고 있던 건 정말 발소리뿐이었다. 그 집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 그날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왜 그런 생활이 이어졌는지는 전혀 몰랐다.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 그 사람들의 상황까지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윗집 부부』를 읽으면서 조금 멈춰서 생각하게 됐다. 내가 들은 건 발소리였는데, 그 사람의 하루까지 들은 건 아니었다는 것.

    그 문장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1. 윗집 소음, 내가 들은 건 발소리뿐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윗집이었다.

    예전에 밤 11시가 넘은 시간부터 새벽 1시 사이에 발소리가 들리던 때가 있었다. 하루 이틀이면 그냥 넘어갔을 것 같은데, 비슷한 상황이 한 달 정도 이어지니까 점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솔직히 좋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루를 마치고 집에서 쉬고 싶은데 계속 소리가 들리니까 '왜 저 시간까지 저렇게 움직이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얼굴도 모르고, 대화를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그 사람들에 대한 판단이 생기고 있었다.

    그때는 내가 나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까 조금 다르게 보였다.

    나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불편하니까 자연스럽게 내 입장에서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었고,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 상황이 먼저 보였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 사람들에게도 그 사람들만의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소음이 괜찮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다. 다만 내가 들은 건 발소리였지, 그 사람의 하루까지 들은 건 아니었다.

    그 문장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나는 발소리 하나만 듣고 그 사람의 생활 전체를 판단하고 있었는데, 사실 내가 알고 있던 건 정말 일부분이었다.

    이걸 깨닫고 나니까 예전처럼 바로 판단하기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저 사람들은 왜 그럴까?'보다 먼저 '내가 지금 내 입장에서만 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2. 사람 관계에 지쳤을 때 읽으면 좋은 책

    나는 이 책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맞는 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사람 관계 때문에 지쳤거나, 요즘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자꾸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예전에는 사람 사이에서 문제가 생기면 누가 맞고 틀린지를 먼저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내가 불편한 상황에서는 더 그랬다. 내가 힘든 이유, 내가 억울한 이유가 먼저 보였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건 자연스럽게 뒤로 밀렸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

    사람은 각자 자기 입장에서 보면 다 이유가 있더라.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행동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잘못된 부분은 분명히 있을 수 있다.

    다만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 생각 하나가 조금 달라진 부분이었다.

    사실 사람을 대하면서 가장 어려운 건 상대방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이 좋았던 부분도 누군가를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줘서가 아니다.

    사람을 바꾸는 책이라기보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걸 한 번 멈춰서 보게 해주는 책이라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내가 맞다고 생각하면 거기서 끝났는데, 지금은 한 번 정도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그 작은 차이가 사람 관계에서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고 느꼈다.

    3. 소설 vs 자기계발서, 내 반응을 본 적 없었다

    나는 원래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다.

    책을 고를 때도 대부분 자기계발서나 경영 관련 책을 먼저 봤다. 읽으면 뭔가 배웠다는 느낌이 있었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도 많았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이렇게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해야 한다.'

    이런 내용은 많이 배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건 많이 알고 있는데, 정작 실제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윗집 부부』를 읽으면서 그 부분을 보게 됐다.

    이 책은 나에게 어떤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었다. 대신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보게 했다.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따라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내 경험이 떠올랐다. '나는 저 상황이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4~5일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용이 어렵지 않았고, 밤에 조금씩 읽으면 금방 끝날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읽히지는 않았다.

    읽다가 멈추게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냥 이야기로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내 경험이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었다.

    만약 하루에 몰아서 읽었다면 아마 그냥 한 편의 이야기로만 보고 지나갔을 것 같다.

    그런데 밤에 조금씩 읽으니까 책 내용과 내 경험이 같이 연결됐다.

    그래서 이 책은 읽은 시간보다 읽고 난 뒤 생각한 시간이 더 길었던 책이었다.

    예전에는 소설을 그냥 쉬면서 읽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자기계발서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를 알려주는 책이라면, 소설은 내가 지금 어떤 모습인지 돌아보게 하는 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바꾸는 책이 아니라 당연한 걸 한 번 멈춰서 보게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어떤 상황을 보면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나 내 기준으로 먼저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바로 결론을 내리기 전에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한 번 해보려고 한다.

    완전히 달라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예전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바라보게 된 건 분명한 변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