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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달 미뤄놓은 일, 막상 해보니 40분이었다. 처음부터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내가 처음 해보는 일이니까 이것저것 알아보고, 준비도 좀 하고, 시간을 제대로 빼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오늘은 시간이 애매하고, 내일은 다른 일이 있고 하면서 계속 뒤로 밀렸어요.
사실 하루에 40분 정도는 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시작하기 전에는 이상하게 그 40분을 내는 게 어렵더라고요. 한 번 시작하면 중간에 막힐 것 같기도 했고,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다시 해야 할 것 같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실제로 걸리는 시간보다 시작하기 전에 생각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어요.
그렇게 한두 달이 지나고 나니까 그 일은 머릿속에서 꽤 큰 일이 되어 있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한번 해보자는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대로 해야 할 것 같고, 결과도 어느 정도 나와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니까 더 손을 대기 싫어졌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냥 해봤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시작했어요. 막상 해보니까 40분 정도 걸렸고요. 끝내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걸 내가 왜 한두 달이나 미뤘지?'였어요.
돌이켜보면 시간이 없었던 것보다 내가 그 일을 머릿속에서 실제보다 훨씬 크게 만들어놓았던 것 같아요. 시작도 하기 전에 여러 가지를 예상하면서 겁을 먹었던 거죠. 그래서 그 40분이 끝난 뒤에는 일이 끝났다는 것보다, 내가 한두 달 동안 생각만 하고 있었다는 게 더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1 — 책 리뷰, 성공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그냥 정주영 회장이 어떻게 일을 시작했고 어떤 일을 해냈는지를 보는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워낙 유명한 사람이니까 당연히 대단했던 일들이 많이 나오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읽다 보니까 이상하게 큰 성공 자체보다, 그 일을 시작하기 전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움직였는지가 더 눈에 들어왔어요.
특히 내가 한두 달 동안 미뤄놓았던 일이 계속 생각났어요. 나는 그 일이 꽤 큰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시간을 따로 내야 할 것 같았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된 다음에 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실제로 시작해보니까 40분 정도밖에 안 걸렸어요.
그러니까 내가 한두 달 동안 머릿속에서 키워놓은 일이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작았던 거죠. 그게 책의 어떤 성공 이야기보다 더 오래 남았어요. 책 속의 이야기는 정주영 회장의 이야기인데, 읽고 있는 나는 자꾸 내 일을 떠올리고 있었어요.
예전 같았으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대단하다' 하고 넘어갔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나는 왜 시작도 하기 전에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뭔가 책을 읽는 방향이 조금 달라진 느낌이었어요. 정주영 회장의 삶을 알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중간중간 내가 어떤 식으로 일을 미루고 시작하는 사람인지 같이 보게 됐어요.
2 — 그걸 왜 하려고 해, 남의 판단을 내 판단처럼
내가 뭔가 해보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그걸 왜 하려고 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별뜻 없이 한 말일 수도 있는데, 그때는 그 말이 좀 오래 남았어요. 나도 사실 확신이 있는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해볼까 말까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까 '굳이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돌이켜보면 나는 남의 판단을 너무 빨리 내 판단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어렵다고 하면 나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별로일 것 같다고 하면 나도 별로인 일처럼 생각했어요. 내가 직접 해본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런데 《이 땅에 태어나서》를 읽으면서 그 일이 다시 생각났어요. 책을 읽다 보니까 정주영 회장이 무조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움직였다는 느낌보다는, 일단 해보고 그다음에 방법을 찾는 모습이 더 기억에 남았어요. 안 될 것 같다는 판단을 듣고도 직접 부딪혀보는 경우가 있었고요.
그걸 보면서 나도 “일단 해보고 나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물론 모든 일을 무작정 해보겠다는 건 아니에요. 나도 지금까지 해보지 않고 포기한 일이 있고, 해봤다가 생각보다 별로여서 그만둔 일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적어도 내가 직접 해보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판단하고 있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그때 미뤄놓았던 일을 해보니까 바로 답이 나온 건 아니었어요. 중간에 막히기도 했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도 있었어요.
그래도 하나는 알게 됐어요. 어디가 문제인지라도 알 수 있었다는 것. 시작하기 전에는 그냥 막연하게 '안 될 것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까 뭐가 어려운지, 뭘 바꿔야 하는지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컸어요.
3 — 정주영 책 읽고 나서, 내 시작 방식이 보였다
읽기 전에는 정주영 이야기를 읽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 읽고 나서는 이상하게 내 이야기가 더 많이 남았어요. 정주영 회장이 어떤 일을 했는지도 기억에 남지만, 그걸 읽으면서 내가 뭔가를 시작할 때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가 같이 보였거든요.
나는 시작하기 전에 결과를 어느 정도 알고 싶어 하는 편이었어요. 잘될 것 같은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괜히 시작했다가 시간만 버리는 건 아닌지 계속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실제로 시작하는 건 계속 늦어졌고요.
이번에 한두 달 미뤄놓은 일을 직접 해보고 나니까 그게 더 선명하게 보였어요. 시작하기 전에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손을 대니까 40분 정도 걸렸어요. 그 40분 동안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가 왜 계속 미루고 있었는지는 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뭔가를 시작할 때 “안 될지라도 내가 직접 해보고 판단해보자”는 생각을 한 번씩 해요. 여전히 망설일 때가 있어요. 책 한 권 읽었다고 사람이 바로 바뀌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예전처럼 머릿속에서만 계속 결과를 예상하고 있으면 그걸 알아차리게 됐어요.
무엇보다 이번 일을 해본 뒤에 남은 건 성공했다는 느낌이 아니었어요. 그 일 자체가 엄청난 결과를 만든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한두 달 동안 머릿속에서만 굴리던 걸 실제로 꺼내서 해봤다는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쪽에 가까웠어요.
책을 읽기 전에는 정주영 회장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보려고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내가 일을 시작하는 방식이 같이 보였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뭔가를 너무 오래 고민하고 있으면, 결과를 먼저 정하려고 하기보다 일단 작은 것이라도 직접 해보려고 해요. 그다음에 별로면 바꾸고, 안 되면 그때 다시 생각하면 되니까요.
한두 달 동안 머릿속에서만 굴리던 걸 실제로 꺼내서 해봤다는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 뒤로는 뭔가를 오래 고민하고 있으면 '이거 정말 오래 생각해야 하는 일인가?'부터 한번 생각해봐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내가 직접 해본 다음에 판단하는 건 괜찮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남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