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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목표를 세우는 것과 전략을 세우는 것을 똑같은 일이라고 착각했습니다. "매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말을 전략이라고 부르면서 뿌듯해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리처드 루멜트의 『좋은 전략 나쁜 전략』은 그 착각을 꽤 정확하게 짚어줬습니다. 읽는 내내 과거의 제 행동들이 떠올랐고, 그게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핵심문제 진단 —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는데, 옮기고만 있었습니다
시설 관리와 공사 관련 업무를 하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저는 늘 가장 먼저 뛰어갔습니다. 장비 이상이든 일정 지연이든 임시방편을 만들어 작업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유능한 사람의 모습이라고 믿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자 이상한 패턴이 보였습니다. 분명 그때마다 해결했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일정이 밀리면 인력을 더 투입하고, 자재가 부족하면 다른 현장에서 가져왔습니다. 그 순간은 해결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부담을 다음 일정이나 다른 현장으로 넘긴 것뿐이었습니다. 퇴사 후 그 기억을 다시 꺼내보니 제가 한 일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 이동이었습니다.
『좋은 전략 나쁜 전략』은 바로 이 지점을 짚습니다. 루멜트는 전략의 첫 번째 단계를 핵심문제 진단(Diagnosis)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진단이란 단순히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문제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의사가 병명을 정확히 진단해야 처방이 효과를 내듯, 전략도 진단이 어긋나면 아무리 실행을 잘해도 방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는 '작업이 늦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실제 핵심은 작업 방식과 의사소통 구조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증상만 건드렸으니 같은 증상이 계속 돌아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책에서는 나쁜 전략의 특징 중 하나로 '문제를 외면한다'는 항목을 꼽습니다.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일부러 회피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근본 원인을 찾기 전에 해결책부터 찾는 습관도 사실은 문제를 외면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지금 경영학을 공부하면서도 비슷한 유혹을 자주 느낍니다. 숫자 결과만 보면 빠르게 답이 나오는 것 같지만, 왜 그 결과가 나왔는지를 따라가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저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먼저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다루고 있는 것은 원인인가, 증상인가?" 느리게 보이지만, 이 질문 하나가 결국 더 빠른 해결로 이어진다는 걸 조금씩 실감하고 있습니다.
- 나쁜 전략은 능력 부족보다 잘못된 진단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 증상을 해결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근본 원인을 찾을 기회는 줄어듭니다
- 핵심문제 진단은 문제를 정의하는 행위이며, 전략의 출발점입니다(출처: HBR Korea)
전략과 목표, 선택과 집중 — 목표는 방향이고, 전략은 길을 내는 일입니다
책을 읽으며 제가 가장 불편하게 느낀 부분이 바로 이 챕터였습니다. "매출 2배", "업계 1위", "혁신하는 조직" 같은 말들이 전략이 아니라는 지적은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솔직히 처음엔 조금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목표라도 없으면 아무것도 시작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루멜트가 말하는 포인트는 목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목표를 전략으로 착각하는 데 있습니다. 기본 방침(Guiding Policy)이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큰 방향을 설정하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방침이 반드시 무언가를 포기하는 선택을 동반해야 한다는 겁니다. 모든 방향을 다 열어두면 기본 방침이 아니라 그냥 희망 목록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업무를 여러 개 동시에 진행하다 보면 '우선순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모든 일이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사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과 같아집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개념이 어렵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현실에서는 포기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계속 미루게 됩니다.
루멜트는 좋은 전략의 세 번째 요소로 일관된 행동(Coherent Actions)을 제시합니다. 이는 전략이 계획표 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서로 충돌 없이 연결될 때 비로소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발표 자료 속에 있는 전략은 전략이 아닙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해 본 부분이 있습니다. 루멜트가 강조하는 진단과 집중의 원칙은 설득력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핵심문제를 너무 오래 분석하다가 실행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경영학 수업에서도 이 딜레마는 자주 등장합니다. 완벽한 진단을 기다리다 보면 시장이 먼저 바뀌어버리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전략이란 진단과 실행 사이의 균형 감각까지 포함한다고 생각합니다.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 즉 데이터와 가능성을 과도하게 검토하다 결정 자체를 못 내리는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전략 역량의 일부입니다(출처: McKinsey & Company).
결국 전략은 용기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포기를 감내하는 결단의 문제입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문장은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전략은 새로운 일을 추가하는 과정이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라는 것.
자주 묻는 질문
Q. 『좋은 전략 나쁜 전략』은 경영자가 아닌 직장인도 읽을 만한가요?
A. 제가 직접 읽어보니 경영자보다 오히려 실무자에게 더 와닿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프로젝트를 맡거나 팀 안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이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창업 준비자뿐 아니라 일상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바꾸고 싶은 분께도 충분히 권할 수 있는 책입니다.
Q. 전략과 목표의 차이를 쉽게 구분하는 방법이 있나요?
A. 제 기준으로는 이렇게 봅니다. 목표는 "어디에 도달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이고, 전략은 "그 과정에서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입니다. 포기가 포함되지 않은 계획은 전략이라기보다 희망 목록에 가깝습니다. 이 질문 하나만 던져봐도 지금 세운 것이 전략인지 아닌지 꽤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Q. 책에서 말하는 '나쁜 전략'의 가장 흔한 유형은 무엇인가요?
A. 루멜트가 가장 많이 지적하는 유형은 목표를 전략으로 착각하는 경우입니다. "최선을 다하자", "혁신하자" 같은 표현이 대표적입니다. 방향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엇을 포기하고 어디에 집중할지가 빠져 있어서 실제로는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제 경험상 이 유형이 가장 발견하기 어렵고, 동시에 가장 흔하게 반복됩니다.
Q. 분석 마비에 빠지지 않으면서 핵심문제를 진단하는 방법이 있나요?
A. 저도 이 균형이 가장 어렵다고 느낍니다. 제가 시도해본 방식은 진단에 쓸 시간을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분석 자체를 무한정 허용하지 않고,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하루 안에 하나만 꼽는다면"이라는 제약을 두면 오히려 핵심에 더 빨리 다가가게 됩니다. 완벽한 진단보다 80% 진단 후 빠른 실행이 현실에서는 더 유효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좋은 전략 나쁜 전략』은 전략을 세우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지금껏 전략이라고 불렀던 것들이 사실은 전략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조용히 드러내는 책입니다. 읽는 내내 불편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건 결국 이 한 가지였습니다. 좋은 전략가는 정답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확신을 가장 늦게 믿는 사람이라는 것. 핵심문제 진단, 기본 방침 설정, 일관된 행동이라는 세 가지 구조는 그 확신을 늦추기 위한 사고 훈련에 가깝습니다. 의사결정 수준을 높이고 싶다면, 그리고 열심히 하는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합니다.
참고: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