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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리뷰 (번아웃, 완벽주의, 이해)

by 책읽기 프로젝트 매니저 2026. 6. 13.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솔직히 저는 제가 번아웃을 겪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한참 동안 몰랐습니다. 그냥 좀 피곤한 거겠지, 쉬면 나아지겠지 하고 넘겼는데 어느 순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보기 싫어졌습니다. 그 감정이 너무 낯설고 이상해서 오히려 더 자책했습니다. 나중에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게 제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번아웃, 예고 없이 찾아오다

일반적으로 번아웃(Burnout)은 극한의 직업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번아웃이란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 정서적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19년 번아웃을 공식 직업 현상으로 분류하며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가 잘 관리되지 않은 결과"로 정의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WHO).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 저는 딱히 과로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모든 것이 귀찮고 무기력해졌습니다. 약 3개월 동안 일도, 사람도, 그리고 제가 가장 즐기던 술 한 잔조차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술을 끊게 된 것이 유일한 수확이었을 정도였습니다.

책에서 주목한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우울감이나 무기력함은 특별히 힘든 환경에 처한 사람만의 감정이 아닙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도,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삶 속에서도 마음은 조용히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걸 오래 모른 채로 방치하면 더 깊어집니다.

이 책이 많은 독자에게 공감을 얻은 이유는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화려한 위로도, 성공한 사람의 극복담도 없습니다. 그냥 오늘 하루를 버텨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그 문장이 저한테는 꽤 오래 남았습니다.

완벽주의가 나를 무너뜨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뜨끔했던 대목이 있습니다. 완벽주의(Perfectionism)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여기서 완벽주의란 실수나 불완전함을 허용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설정하는 사고 패턴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기준이 동기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만성적인 자기비판과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남들은 그냥 넘기는 작은 실수 하나가 저한테는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재생됐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을 보면서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잘하지", "나는 왜 저만큼도 못하지"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또 "그래도 내가 쟤보단 낫지"라고 혼자 위안 삼다가, 그 생각 자체가 부끄러워서 또 자책하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누군가에게 꺼내기엔 너무 사소하고 창피한 고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사고 패턴을 심리학에서는 인지 왜곡(Cognitive Distortion)이라고 부릅니다. 인지 왜곡이란 실제 현실과 다르게 상황을 해석하는 자동화된 사고 오류를 의미합니다. 상담을 통해 작가가 발견한 것도 이것이었습니다. "나는 실패자야"라는 생각이 사실인지,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낸 해석인지를 구분하는 연습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번아웃 회복에 인지 재구성(Cognitive Reframing) 기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인지 재구성이란 부정적이고 왜곡된 생각 패턴을 보다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시 해석하는 심리 치료 기법을 말합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

제가 번아웃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이 과정 덕분이었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 얼마나 에너지 낭비였는지, 실제로 남들은 저를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번아웃과 완벽주의가 맞물릴 때 나타나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작은 실수도 크게 받아들여 오래 반추하는 경향
  • 칭찬을 받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낌
  • 타인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여 관계에서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함
  • 감정을 억누르고 '괜찮은 척'을 반복하다 정서적 고갈 상태에 이름

정답보다 필요한 건 이해였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번아웃 시기에 자기계발서를 더 읽어야 할까 생각했었습니다. 더 부지런해져야 하고, 더 목표를 세워야 하고, 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이 책이 다른 점은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처방전이 없습니다. 대신 지금 이 감정이 왜 생겨났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천천히 들여다보도록 유도합니다. 자기이해(Self-Awareness)라는 개념이 여기서 핵심입니다. 자기이해란 자신의 감정, 사고 패턴, 행동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으로, 심리적 회복탄력성의 기초가 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자기이해 없이 뭔가를 바꾸려고 하면 계속 제자리걸음입니다. 왜 힘든지 모르는 채로 열심히 하면 같은 자리에서 또 무너집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무너지는지, 어떤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가까운 사람에게 "힘들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출발점이었습니다. 별거 아닌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 한마디를 꺼내기까지 몇 달이 걸렸습니다. 약해 보일까 봐, 민폐가 될까 봐 계속 혼자 삭혔습니다. 그런데 꺼내고 나서 보니 상대는 생각보다 훨씬 덤덤하게 받아줬고, 저만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 책은 그런 경험을 미리 언어로 정리해 준 책이라 생각합니다. "이상하지 않구나,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이 읽는 내내 따라왔습니다.

결국 이 책을 통해 제가 얻은 가장 큰 것은 방법이 아니라 허락이었습니다. 힘들어도 된다는 허락,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 모르는 감정 앞에서 잠시 멈춰도 된다는 허락입니다. 마음이 아플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을 이 책이 말해주듯, 혹시 지금 비슷한 감정을 겪고 계신다면 억지로 혼자 버티기보다 가까운 사람이든 전문가든 한 번 꺼내보시기를 권합니다. 꺼내는 것 자체가 이미 시작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정신건강 치료나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참고: 세계보건기구 WHO, 한국심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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