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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목 보고 역사 기록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읽으니 내 일상 얘기였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수용소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읽다 보니 이상하게 제 일상에서 있었던 일들이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차 키를 잃어버렸던 일도 생각났고, 이미 끝난 대화를 혼자 계속 되감던 것도 생각났어요. 처음에는 나랑은 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읽고 나니까 오히려 내가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보게 만든 책이었어요.
1 — 죽음의 수용소에서 후기, 제목 보고 역사책인 줄 알았다
나는 사실 이런 무거운 책을 일부러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었어요.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제목만 봤을 때는 수용소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기록한 역사책에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읽기 전부터 마음을 좀 먹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까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어요. 물론 책 안에 힘든 이야기가 나오니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책을 읽으면서 제 일상에서 있었던 일들이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차 키를 못 찾았던 일도 생각났고, 충전기를 어디 두고 와서 하루 종일 신경 썼던 것도 생각났어요. 별것 아닌 일인데도 그때는 꽤 크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내용 자체보다 제 행동이 더 오래 생각났어요. 나는 평소에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일만 보는 게 아니라 거기에 감정까지 한꺼번에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었어요.
무거운 책을 잘 읽지 않던 내가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더 오래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나랑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읽고 나니까 오히려 아주 사소한 일들이 떠오른 게 좀 의외였어요.
2 — 충전기 하나에 하루가 흔들린 날
충전기를 한번 두고 온 적이 있어요. 숙소에서 나오고 나서 한참 뒤에 알았는데, 그날 하루 종일 그게 신경 쓰였어요.
사실 새로 사면 되는 일이었어요. 충전기 하나 때문에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나 싶을 정도로 간단한 일이었는데, 계속 '어디에 뒀지?'라는 생각이 나는 거예요.
다른 일을 하다가도 생각나고, 가방 안을 다시 확인해보기도 하고요. 혹시 다른 데 들어 있나 싶어서 한 번 더 찾아보기도 했어요. 이미 두고 온 것 같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계속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그때는 그냥 물건을 잃어버려서 짜증 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나서 그 일을 다시 생각해보니까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충전기를 두고 온 일어난 사실과 그걸 계속 생각하면서 하루 종일 신경 쓰고 있던 내 감정을 내가 한꺼번에 붙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충전기를 두고 온 건 이미 일어난 일이잖아요. 그런데 나는 그 사실을 계속 확인하면서 기분까지 같이 끌고 다녔던 거죠.
물론 책 속 상황과 제가 충전기를 잃어버린 일을 비교할 수는 없어요.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니까요. 다만 아주 작은 일에서도 내가 이미 일어난 일에 감정을 계속 덧붙이고 있었다는 건 보였어요.
그게 좀 이상했어요. 충전기 하나를 잃어버린 것보다, 그 일 때문에 하루 종일 내 생각이 거기에 붙어 있었다는 게 더 신경 쓰였어요.
3 — 차 키 분실, 짜증 대신 동선을 다시 생각했다
차 키를 한참 못 찾았던 적도 있어요. 예전 같았으면 아마 처음부터 짜증을 냈을 거예요. '왜 또 이러지' 하면서 여기저기 뒤지고, 그러다가 못 찾으면 짜증이 더 커지고요.
그런데 그날은 처음에 조금 당황했다가 그냥 동선을 다시 생각해봤어요.
차에서 내리고 어디로 들어왔는지, 가방을 어디에 놨는지, 주머니에는 넣었는지 하나씩 다시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현관 근처에서 찾았어요. 정말 별것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차 키를 찾았다는 것보다 찾는 동안 짜증을 계속 키우지 않았다는 게 더 기억에 남았어요.
예전에는 물건을 잃어버리면 잃어버린 사실에 화를 내고, 그 화 때문에 또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고, 그러다 보면 물건 하나 때문에 기분까지 망쳐버렸거든요.
그리고 이게 차 키에서만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나는 이미 끝난 대화도 그랬어요. 누가 나한테 한 말이 마음에 걸리면 집에 와서 다시 생각했어요. '그때 내가 이렇게 말할 걸' 하면서 혼자 대화를 다시 만들어보고, 상대방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하고요.
그런 생각이 한번 시작되면 자기 전까지 가기도 했어요. 낮에는 다른 일을 하니까 잠깐 잊고 있다가도 누워 있으면 다시 생각나는 거예요. 그러면 또 그 대화를 처음부터 다시 돌려봤어요.
예전에는 그걸 꼼꼼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지나간 일을 그냥 넘기지 않고 잘 돌아보는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생각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닌데도 계속 생각했던 경우가 많았어요.
차 키를 찾을 때는 동선을 다시 생각하면 됐는데, 이미 끝난 대화는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그때로 돌아갈 수 없잖아요. 그런데 나는 둘을 구분하지 않고 계속 붙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4 — 내가 못 바꾸는 것을 붙잡고 있던 시간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내가 못 바꾸는 것까지 붙잡고 있을 때가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에요.
이미 지나간 대화도 그렇고, 물건을 잃어버린 것도 그렇고요. 일어난 일을 바꿀 수 없는데도 계속 생각하면서 뭔가 할 수 있는 것처럼 붙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대화 같은 건 며칠씩 생각했으니까요. 그때 무슨 말을 했어야 했는지 생각하고, 상대방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생각하고, 또 내가 다르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미 끝난 대화는 다시 할 수 없어요.
그걸 알고 나니까 생각이 많다는 것과 실제로 뭔가를 해결하고 있다는 게 꼭 같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생각을 많이 하면 꼼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끔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게 실제로 바꿀 수 있는 일인지 한번 보게 돼요.
모든 일을 그렇게 구분하면서 사는 건 아니에요. 저도 여전히 지나간 일을 떠올리고, 괜히 혼자 다시 생각할 때도 있어요.
다만 예전처럼 그 생각을 무조건 따라가지는 않으려고 해요. 이미 끝난 일이라면 끝난 일이라는 것도 같이 보려고 합니다.
내가 못 바꾸는 것까지 붙잡고 있을 때가 생각보다 많았다는 걸 알게 됨.
그래서 지금은 일이 지나간 뒤에도 계속 생각이 나면, 내가 지금 이걸 생각해서 바꿀 수 있는 건지 한번 보게 돼요.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면 억지로 잊으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다른 일을 하려고 해요. 전처럼 생각을 끝까지 끌고 가는 건 조금 줄어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