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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격, 나는 듣고 있다고 착각했다

책읽기 프로젝트 매니저 2026. 8. 6. 19:09

목차


    “질문처럼 보이지만 내 생각을 확인하는 말이 많았다.”

    이걸 알게 된 건 『질문의 격』을 읽고 나서였습니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내가 질문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일도 많았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확인하려고 질문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조금 했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까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내가 평소에 했던 질문들을 다시 떠올려보게 됐는데, 생각보다 많은 질문들이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답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누군가 일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 "무슨 일이 있었어요?"라고 물어보기보다, 속으로 이미 원인을 정해놓고 "이 부분은 준비가 부족했던 거 아닌가요?"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경험이 있으니까 더 빠르게 원인을 찾아주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상대방에게 답을 듣기 위해 질문한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한 답이 맞는지 확인받기 위해 질문했던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차이를 책을 읽으면서 처음 제대로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이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많이 겪다 보니까 "아마 이런 이유겠지"라는 생각이 빨리 떠오릅니다. 예전에는 몰랐던 부분을 이제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게 되니까 오히려 질문할 필요가 줄어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질문의 격』을 읽으면서 느낀 건, 경험이 많아질수록 질문이 더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점이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경험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내가 보지 못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 책은 저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알려준 책이라기보다, 내가 어떻게 듣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 책에 가까웠습니다.

    나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길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1 — 질문의 격 첫인상, 기술 책인 줄 알았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조금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질문의 격』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질문을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질문을 해야 좋은 대화를 할 수 있는지, 상대에게 어떤 말을 던져야 하는지 알려주는 일종의 대화 기술 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질문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면 되고,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확인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질문할 일이 많았고,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의견을 묻거나 상황을 확인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내가 질문을 못 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까 조금 다른 부분이 보였습니다.

    나는 질문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질문처럼 보이는 말 중에 내 생각을 확인하기 위한 말이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상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듣기 위해 물어본 게 아니라, 이미 내 머릿속에 있는 답을 확인하기 위해 질문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경험이 있으니까 빨리 판단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많이 겪었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까 굳이 처음부터 하나씩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경험이 쌓일수록 질문이 더 어려워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모르는 게 많아서 자연스럽게 질문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내가 아는 게 많아지고, 내 기준도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질문하기 전에 판단이 먼저 나옵니다.

    "아마 이 이유일 거야."
    "전에 비슷한 경우가 있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겠지."

    이렇게 제 경험 안에서 답을 먼저 찾고 있었습니다.

    『질문의 격』은 저에게 새로운 질문 기술을 알려준 책이라기보다, 내가 언제부터 질문보다 판단을 먼저 하게 됐는지 돌아보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은 경험이 적은 사람보다, 어느 정도 일을 해보고 사람을 만나본 사람에게 더 와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험이 없어서 질문을 못 하는 게 아니라, 경험이 많아져서 질문을 덜 하게 되는 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2 — 회사에서 생긴 장면, "이건 준비 부족 아닌가요"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맡은 부분에도 영향을 주는 상황이었고, 전체 일정이 조금씩 밀리고 있어서 저도 마음이 급했던 때였습니다.

    그때 담당자에게 진행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질문을 하러 간 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제 머릿속에서는 어느 정도 답을 정해놓고 있었습니다.

    "처음 준비가 부족했던 게 아닐까."
    "중간 확인을 제대로 못 한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처음 꺼낸 말도 지금 돌아보면 질문이라기보다 판단에 가까웠습니다.

    "이건 준비 부족 아닌가요?"

    그때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잘못된 부분을 찾아야 하고, 다시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원인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제가 예상했던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속으로 조금 예상했습니다.

    "아마 변명부터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바로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생각하다가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제가 몰랐던 상황이 무엇이었는지, 왜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하나씩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조금 당황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상황과 실제 상황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히 준비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때 알게 됐습니다.

    나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질문한 게 아니라, 이미 정해놓은 답을 확인받으려고 했다는 것을요.

    지금 생각하면 그 질문 안에는 상대방이 설명할 공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상대방은 그 답에 맞춰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일을 겪고 나서 질문이라는 게 단순히 말을 꺼내는 행위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같은 질문이라도 내가 정말 모르는 상태에서 묻는 것과, 이미 답을 정해놓고 확인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3 — "왜 이렇게 됐어요"와 "어떤 일이 있었어요"의 차이

    그 일을 겪고 나서 질문하는 방식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질문의 내용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을 물어보느냐가 중요하지, 같은 의미라면 표현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왜 이렇게 됐어요?"라는 말과 "어떤 일이 있었어요?"라는 말은 비슷해 보이지만, 상대가 받아들이는 느낌은 꽤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왜 이렇게 됐어요?"라는 질문은 상황에 따라서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상대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내가 잘못한 부분을 설명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어떤 일이 있었어요?"라는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정답을 요구하는 느낌보다, 그 사람이 겪은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 차이를 책을 읽으면서 많이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는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상대방 말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다음에 내가 해줄 말을 생각하고 있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상대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듣는 것보다 "내가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까", "내가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해줘야 할까"를 먼저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그게 관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도움을 주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상대가 원하는 게 꼭 해결책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싶은 순간도 있고, 누군가가 자기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길 바라는 순간도 있으니까요.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런 부분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일수록 "저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할 거야"라고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가족이나 오래 함께한 사람에게 더 쉽게 판단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조심스럽게 물어보면서도, 가까운 사람에게는 "아마 그럴 거야"라고 먼저 결론을 내릴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상대가 아직 이야기를 끝내지도 않았는데, 제 경험으로 이미 답을 만들어놓고 있었던 것입니다.

    『질문의 격』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부분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질문은 상대에게 답을 받아내는 방법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그게 질문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4 — 기분 좋은 책이었다면 읽고 끝났을 것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찔렸던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나는 어느 정도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구나."

    이 생각이 들었던 순간입니다.

    사실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도 생깁니다.

    예전에는 몰랐던 상황을 이제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고, 비슷한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도 있으니까요.

    그런 경험들이 분명 좋은 자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경험 때문에 내가 모르는 부분까지 안다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도 그랬습니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하면 끝까지 듣기 전에 "아마 이런 의미겠지"라고 생각했고, 어떤 행동을 하면 "원래 저런 사람이니까"라고 정리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게 편했습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내가 만든 기준 안에 사람을 넣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읽으면서 계속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만약 이 책이 "좋은 질문을 하는 방법"이나 "대화를 잘하는 기술"만 알려주는 책이었다면 아마 읽고 나서 좋은 내용이었다고 생각하고 끝났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어떻게 듣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상대방이 말을 잘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사실은 내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 먼저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누군가 말을 아끼면 "왜 말을 안 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정말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나?"

    상대가 말하지 않는 이유가 꼭 상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내가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었거나,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가 더 이야기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지금도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저도 여전히 급하면 제 생각부터 말할 때가 있고, 가까운 사람에게는 더 쉽게 판단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은 그 순간을 조금 의식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질문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 묻고 있는 건지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질문의 격』은 질문을 잘하는 방법을 알려준 책이라기보다, 내가 어떻게 듣고 있는 사람인지 돌아보게 만든 책으로 남았습니다.

     

     

    예전에는 누군가가 내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거나 말을 아끼면 "왜 말을 안 하지?"라는 생각부터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그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내가 정말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나?"라고요.

    앞으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바로 답을 찾으려고 하기보다, 내가 아직 모르는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 번 더 기다려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