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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염증 나쁜 염증> 리뷰 (두 얼굴, 생활습관, 변화)

by 책읽기 프로젝트 매니저 2026. 6. 17.

착한 염증 나쁜 염증




솔직히 말하면, 저는 염증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병원에서 듣던 "염증 수치가 높네요"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게 나쁜 것이라는 건 알았지만, 정확히 왜 나쁜지는 몰랐습니다. <착한 염증 나쁜 염증>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염증이 단순한 병의 증상이 아니라 몸 전체를 관통하는 시스템이라는 걸 이해했습니다. 늦게 자고 운동은 거의 안 하며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던 제 생활이 떠올라 꽤 불편한 독서였습니다.

염증의 두 얼굴

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염증에 착한 것과 나쁜 것이 따로 있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건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몸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조직이 손상되면, 면역세포들이 즉각 반응해 손상 부위로 몰려들면서 열이 나고 붓고 빨개지는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바로 급성염증(acute inflammation)입니다. 여기서 급성염증이란 외부 자극에 대한 몸의 즉각적인 방어 반응으로, 원인이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일시적인 과정을 말합니다. 상처가 아물고 나면 붓기가 빠지는 것처럼, 제 역할을 다하고 스스로 꺼지는 시스템입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꺼지지 않을 때입니다. 만성염증(chronic inflammation)은 급성염증과 달리 뚜렷한 증상 없이 몸속에서 조용히 지속되는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경보가 계속 울리는데 아무도 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방치된 상황과 비슷합니다. 이 상태가 오래되면 혈관 벽이 손상되고, 장기 세포가 조금씩 망가지고, 결국 회복 능력 자체가 떨어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물질이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사이토카인이란 면역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 분비하는 단백질 분자로, 면역 반응을 시작하거나 끄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이 사이토카인의 균형이 무너지면 염증 반응이 필요 이상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염증을 키우는 생활습관

책에서 만성염증의 원인을 설명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제가 직접 해당되는 항목이 몇 개나 되는지 세어봤습니다. 결과는 좀 씁쓸했습니다.

만성염증을 악화시키는 주요 생활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과도한 당분과 정제 탄수화물 섭취 (혈당 급등 → 인슐린 저항성 악화)
  •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코르티솔 과다 분비
  • 수면 부족 (하루 6시간 미만의 수면이 지속될 경우 면역 기능 저하)
  • 운동 부족으로 인한 대사 기능 감소
  • 과도한 음주와 가공식품 위주의 식사

저는 이 다섯 가지를 거의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3~4번 음주, 야근 후 편의점 가공식품, 새벽 2시 취침, 운동은 '내일부터'를 수년째 반복 중이었습니다. 특히 코르티솔(cortisol)에 관한 설명이 제게는 새로웠습니다.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부신 호르몬으로, 단기적으로는 몸이 위협에 대응하도록 돕지만 만성적으로 높은 수준이 유지되면 오히려 면역체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염증 반응을 지속시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왜 자주 아픈지 이제야 이해가 됐습니다.

실제로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인 집단에서 염증 관련 지표인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가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습니다(출처: 국립보건연구원). CRP란 체내에 염증이 생길 때 간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로, 혈액 검사에서 만성염증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됩니다. 건강검진에서 이 수치가 높게 나오면 단순한 감기 외에 다른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영양제보다 중요한 일상의 변화

이 책에서 제가 가장 공감한 부분은 "특정 건강식품 하나로 염증이 해결된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저자의 지적입니다. 시중에는 항염 효과를 내세운 영양제와 음식이 넘쳐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몸은 하나의 요소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항염 식단(anti-inflammatory diet)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항염 식단이란 만성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식품 구성을 중심으로 짜여진 식이 패턴으로, 채소, 과일, 통곡물, 등 푸른 생선, 견과류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식품을 중심에 놓고 가공식품과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지중해식 식단이 대표적인 예로, 심혈관 질환과 당뇨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여러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저는 요즘 아침마다 샐러드를 먹는 것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식단 개혁이 아니라 편의점 도시락 대신 아침 식단 한 그릇부터 바꿔보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몇 주간 해보니 눈에 띄는 변화는 없더라도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는다는 느낌 자체가 달랐습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격렬한 고강도 운동보다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만성염증 관리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고 책은 설명합니다. 오히려 과도한 고강도 운동은 일시적으로 염증 수치를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제게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단순합니다. 건강은 특별한 무언가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제는 해야지, 해야지가 아니라 오늘 뭘 하나 바꿀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이상 신호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쌓인 작은 습관에서 온다는 걸 이 책이 다시 한번 일깨워줬습니다. 만성염증이 걱정된다면 지금 당장 건강검진을 예약하고, CRP 수치와 함께 가족력에 맞는 추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국립보건연구원, 세계보건기구(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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