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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사람을 너무 적은 정보만 가지고 판단하고 있었구나
내가 그 사람을 너무 적은 정보만 가지고 판단하고 있었구나. 예전에 같이 일하던 사람 중에 처음부터 나한테 말수가 적고 반응도 짧은 사람이 있었어요. 나는 그냥 무뚝뚝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가 싶어서 나도 자연스럽게 거리를 뒀어요.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둘이서 이야기를 하게 됐고, 그 사람이 왜 사람을 대할 때 조심스러웠는지 조금 알게 됐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예전에 내가 봤던 행동들이 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그때 《투명한 나선》을 읽고 있었는데, 책 속에서 사람의 행동을 바라보던 내 생각과 실제 내 경험이 묘하게 겹쳤어요.
책 리뷰 속 판단, 적은 정보로 결론 낸 순간
나는 그 사람한테 처음 말을 걸었을 때 대답이 짧았던 게 기억나요. 내가 뭔가 잘못 말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반응이 짧으니까 순간적으로 '나를 별로 안 좋아하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 뒤로는 괜히 먼저 말을 걸기도 싫어졌고요.
사실 그 사람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던 건 정말 별로 없었어요. 같이 일하면서 몇 번 말을 나눈 게 전부였고, 평소에 말이 많은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몰랐어요. 그런데 나는 그 짧은 대답 하나 가지고 그 사람의 성격까지 어느 정도 정리해버렸던 거죠.
'원래 저런 사람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그다음부터는 그 사람이 하는 행동도 비슷하게 보였어요. 말을 적게 하면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고, 먼저 말을 안 걸면 역시 나한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내가 내린 판단에 맞는 것만 골라서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중에 둘이서 밥을 먹게 되면서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어요. 평소에는 하지 않던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그 사람이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 자체를 조금 조심스러워하고 있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나서 처음 들었던 짧은 대답이 생각났어요. 그때는 나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 이유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 순간 좀 멋쩍었어요. 나는 그 사람을 꽤 잘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몇 번의 대화만 가지고 혼자 결론을 내렸던 거니까요.
투명한 나선 독후감, 아무것도 안 달라졌는데 사람이 달라 보였다
신기했던 건 그 사람이 그 이야기를 하고 나서 갑자기 달라진 게 없었다는 거예요.
그전과 똑같이 말수가 많지 않았고, 먼저 말을 거는 것도 여전히 많지 않았어요. 행동만 놓고 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었어요. 그런데 나는 그 사람을 보는 게 조금 달라졌어요.
사실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정보가 조금 늘어나니까 같은 사람이 다르게 보였어요.
예전에는 대답이 짧으면 '나를 불편해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원래 사람한테 조심스러운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게 된 거죠. 같은 행동인데 내가 붙이는 의미가 달라진 거예요.
그게 《투명한 나선》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났어요. 책에서도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던 사람의 행동이 나중에 다른 맥락으로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나는 그걸 읽으면서 사건의 흐름만 따라간 게 아니라, 내가 실제 사람을 볼 때도 비슷한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특히 내가 누군가를 판단할 때 생각보다 정보가 별로 없다는 게 좀 크게 느껴졌어요. 같이 일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자주 본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사정까지 알게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나는 가끔 몇 번 본 행동만 가지고 그 사람의 성격까지 연결했어요.
물론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는 그 이후에도 내가 다 알 수 없었어요. 그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갑자기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게 된 것도 아니고요.
그냥 하나가 더 생긴 거예요.
'아, 내가 몰랐던 게 있었구나.'
그게 생각보다 컸어요.
히가시노 게이고가 바꾼 것, 바라보는 방식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사람을 보는 방법 자체라기보다, 내가 처음 내린 판단을 조금 늦추게 된 것이에요.
예전에는 어떤 사람이 나한테 차갑게 대하면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생각이 들다가도 한번 멈춰요. 내가 본 게 그 사람의 행동 하나인지, 아니면 여러 상황에서 계속 확인한 모습인지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좋게 생각하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나한테 불편한 행동을 했는데도 무조건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려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예전보다 판단하는 속도가 조금 느려진 것 같아요.
이게 나한테는 꽤 현실적인 변화였어요. 사람을 이해하려고 일부러 노력하는 건 오래 못 할 것 같거든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저 사람에게는 어떤 사정이 있을까?' 생각하고 있으면 그것도 너무 피곤하잖아요.
그런데 행동이 바뀐 게 아니라 내가 그 행동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건 조금 달랐어요.
예전에는 내가 본 장면이 바로 결론이었다면, 지금은 그 장면을 보고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할 여지가 조금 생겼어요.
책 한 권 읽었다고 내가 사람을 다르게 보는 사람이 된 건 아니에요. 여전히 첫인상으로 판단할 때도 있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결론부터 내릴 때가 있어요.
다만 그걸 나중에라도 알아차리는 횟수가 조금 늘었어요.
그 정도면 나한테는 꽤 달라진 거라고 생각해요.
읽고 나서 생긴 습관, '내가 뭘 알고?'
요즘 누군가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판단이 하나 생기면 아주 가끔 이런 생각이 따라와요.
'내가 뭘 알고 이렇게 생각하는 거지?'
예전 같으면 그 생각까지 가지 않고 그냥 끝났을 거예요.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 하고요. 그런데 지금은 내가 실제로 알고 있는 것과 그냥 추측하고 있는 게 섞여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번 해봐요.
얼마 전에 누군가의 말투가 조금 날카롭게 느껴졌을 때도 그랬어요. 순간적으로 기분이 상했는데, 예전 같으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하지?' 하고 상대를 판단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날은 그냥 '오늘 저 사람이 기분이 안 좋은 건가, 아니면 원래 저런 말투인가,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인 건가' 하고 생각이 몇 가지로 나뉘더라고요.
결국 뭐가 맞는지는 몰랐어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괜찮았어요.
모른다고 해서 바로 하나를 골라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투명한 나선》을 읽고 내가 얻은 것도 그런 쪽에 가까워요. 사람을 이해하는 정답을 얻었다기보다, 내가 가진 정보만으로 사람 하나를 너무 빨리 완성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남았어요.
그래서 이 책을 누군가에게 권한다면, 사람 때문에 요즘 계속 마음이 불편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어요. 꼭 그 사람을 이해하라는 의미는 아니고요. 내가 보고 있는 게 정말 그 사람의 전부인지, 아니면 내가 알고 있는 몇 가지를 가지고 나머지를 상상해서 채우고 있는 건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나는 사람 때문에 혼자 결론을 내리고 마음이 불편해지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어요. 특히 누군가를 몇 번 겪어보고 '저 사람은 원래 저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읽으면서 자기 판단도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을 이해하라는 의미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게 정말 전부인지 한번 생각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