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몇 달 미뤄둔 일이 막상 30분 만에 끝났다
몇 달을 미뤄둔 일이 있었다. 막상 해보니 30분이었다.
처음에는 이번 주 안에 하면 되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한 주가 지나고 또 지나도 계속 뒤로 밀렸어요. 생각날 때마다 '아, 이것도 해야 하는데' 하면서 넘겼고요. 그렇게 몇 달이 지나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일이 꽤 큰일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다 《행복이 너였으면 좋겠다》를 읽다가 문득 그 일이 생각났어요.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그 일을 떠올리려고 했던 건 아닌데, 이상하게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책을 잠깐 덮고 그냥 해봤어요.
그런데 30분 정도 걸렸어요.
끝내고 나서 기분이 엄청 좋았다기보다는 좀 허무했어요. 몇 달 동안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는 30분이면 끝나는 일이었다는 게 이상했어요. 어쩌면 그동안 내가 미뤄온 건 그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건가 싶기도 했어요.
1 — 책 리뷰, 몇 달 미룬 일이 30분이었다
그 일을 안 하고 있는 동안에는 계속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일이 먼저였고, 이것저것 처리하다 보면 하루가 지나가니까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넘어갔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까 30분 정도밖에 안 걸렸어요.
그때 좀 이상했어요. 몇 달 동안 미뤄온 일이니까 뭔가 꽤 복잡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거든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요. 시작을 안 하니까 머릿속에서 일이 점점 커지고 있었던 거예요.
오히려 그 일을 하는 데 걸린 30분보다, '이것도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훨씬 길었어요. 생각날 때마다 잠깐 신경 쓰고, 또 미뤄두고, 며칠 지나면 다시 생각하고. 그렇게 반복했던 시간이 몇 달이었던 거죠.
그래서 끝내고 나니까 일이 해결됐다는 것보다 '내가 이걸 왜 이렇게 오래 미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라, 시작하지 않으니까 내가 혼자 일을 크게 만들어놓고 있었던 것 같아요.
2 — 행복이 너였으면 좋겠다, 머릿속이 조용해지는 책
그 일을 끝냈을 때 나는 기분이 엄청 좋아질 줄 알았어요. 몇 달 동안 미뤄둔 걸 해결했으니까 뭔가 속이 시원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냥 머릿속이 조금 조용해졌어요.
계속 한쪽에서 '이것도 해야 하는데' 하고 있던 생각 하나가 사라진 거죠. 그게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어요. 행복하다는 게 꼭 뭔가 좋은 일이 생겨서 기분이 올라가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그때 조금 했어요.
별것 아닌 일이었어요. 다른 사람이 보면 왜 그걸 몇 달이나 미뤘냐고 할 수도 있는 일이었고요. 그런데 나한테는 계속 남아 있었어요. 해야 한다는 생각만 남아 있으니까 가끔씩 신경 쓰였고, 그걸 다시 생각하는 것도 조금씩 피곤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막상 하나를 내려놓고 나니까 알겠더라고요. 별것 아닌데 나를 계속 붙잡고 있던 걸 하나 끝내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구나.
《행복이 너였으면 좋겠다》를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행복도 조금 달라졌어요. 뭔가 대단한 일이 생겨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지금 내 일상에서는 행복이라고 부를 일이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그날처럼 그냥 머릿속에서 하나가 사라지고 조금 편해지는 것도 나한테는 꽤 괜찮은 상태였어요.
3 — 행복이 너였으면 좋겠다 추천, 이런 사람이 읽으면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행복이 꼭 큰일이 잘 풀려야 생기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동안 나는 일이 잘되거나 뭔가 결과가 생기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걸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몇 달 미뤄둔 일을 30분 만에 끝내고 나서 느낀 건 조금 달랐어요. 뭔가를 얻은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그냥 마음이 조금 편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나중에 하지 뭐'라는 말을 예전보다 조금 덜 하게 됐어요. 물론 지금도 미뤄요. 해야 할 일을 전부 바로 하는 건 아니고요. 다만 예전처럼 미루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게 됐어요.
계속 생각나는 일이 있으면 '이걸 언제 하지?' 하고 넘기기 전에, 지금 할 수 있는 건지 한 번 보게 됐어요. 정말 시간이 필요한 일인지, 아니면 내가 그냥 계속 다음으로 넘기고 있는 건지도 생각해보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생활이 갑자기 달라진 건 아니에요. 다만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작은 미룸이나 마음의 불편함을 한 번 더 보게 됐어요. 나는 그 정도면 충분히 달라진 거라고 생각해요.
미루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게 된 것.
그래서 요즘은 해야 할 일이 계속 생각나면 무조건 나중으로 넘기기보다는, 지금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지 먼저 봐요. 몇 달을 미뤄놓고 30분 만에 끝냈던 일이 생각나서, 적어도 똑같은 방식으로 또 미루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