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책은 읽었어요.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부분도 몇 군데 표시해놨고, 나중에 글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내용도 메모해뒀어요. 그래서 나는 당연히 글을 금방 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니까 이상하게 손이 안 움직이더라고요.처음에는 그냥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글을 쓰기 싫었던 것보다, 글을 쓰기 전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게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제목도 정해야 하고, 어떤 순서로 쓸지도 생각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쓴 리뷰도 조금 봐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책을 읽고 글 하나 쓰는 일이 생각보다 커져 있었어요.결국 그날은 메모만 다시 보고 컴퓨터를 닫았어요. 책까지 읽어놓고 글 한 줄 못 썼다는 게 좀 허무했어요.1 — 책 읽고 메모까지 했는데 글..
새벽 5시에 일어났는데도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그 경험이 이 책을 다시 읽게 만든 이유입니다. 『미라클 모닝』은 흔히 '새벽 기상 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하루를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방법을 다룬 책입니다. 기상 시간보다 기상 후 무엇을 하느냐가 핵심이고, 저는 그 차이를 몸으로 먼저 배웠습니다.아침 루틴, 일찍 일어나는 것과 잘 시작하는 것은 다르다새벽 기상이 곧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시설물 유지보수 일을 하던 시기에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였는데, 몇 달이 지나도 하루의 질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그 시간의 대부분을 오늘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데 쓰고 있었습니다.저는 그것을 당시에는 철저한 준비라고 ..
하루 종일 바빴는데 막상 퇴근하면 뭘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 날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깨달았는데, 바쁨과 성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습니다. 칼 뉴포트의 『딥 워크』는 그 차이를 정면으로 파고드는 책입니다. 집중력을 기르는 기술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대체되지 않고 살아남는지를 묻는 책에 가깝습니다.바쁨의 함정 — 열심히 일했는데 왜 남은 게 없을까회사에 다닐 때 저는 꽤 바쁜 사람이었습니다. 메신저 알림이 울리면 바로 답장했고, 메일은 수시로 확인했고, 하루에 회의만 서너 개씩 들어가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퇴근하고 나면 오늘 무엇을 끝냈는지가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분명 쉬지 않고 움직였는데, 손에 잡히는 게 없었습니다.칼 뉴포트는 이런 상태..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바쁜 것과 잘 사는 것을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 수십 통의 전화를 받고,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도 정작 하루를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게 없었습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은 그 공허함이 어디서 오는지 처음으로 설명해 준 책이었습니다.바쁨의 함정 — 많이 한다고 충만한 게 아니었다퇴사하던 날 아침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갈 곳이 없어진 첫 평일이었는데, 몸은 여전히 일찍 깨어났고 손은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습니다. 알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니 이상한 감정이 찾아왔습니다. 시간이 넘쳐나는데도 하루가 허무하게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그때 저는 노트를 꺼내 딱 하나만 정했습니다. 경영학 책 한 챕터를 읽고 직접 손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