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해야 소통을 잘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제가 자동차 부품 생산라인에서 품질 업무를 맡았을 때, 가장 정확한 경고는 보고서가 아니라 작업자들의 침묵과 눈빛이었습니다. 김정운의 『말하지 않고 말하기』는 그 경험을 심리학 언어로 설명해 준 책입니다.비언어 소통이 진짜 신호인 이유말을 잘하면 관계도 잘 풀릴 거라고 오랫동안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품질(QC) 업무를 맡던 시절, 반복적인 불량이 발생했는데 작업자들은 전부 "이상 없다"고 했고 생산 데이터도 정상 범위였습니다. 수치만 보면 공정을 멈출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들어설 때마다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있었습니다.평소 농담을 주고받던 작업자들이 그날은 유난히 조용했습니다. 질문에 답한 뒤 서로 눈을 피했고,..
직업을 세 번 바꾸고 나서야 깨달은 게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기술을 바꾸는 데만 급급했고, 정작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은 한 번도 제대로 붙잡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혼·창·통』은 그 질문을 다시 꺼내게 만든 책입니다. 실력보다 철학이, 아이디어보다 소통이 왜 더 오래 살아남는지를 설명하는 책인데, 읽는 내내 제 지난 시간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직업이 바뀔 때마다 흔들렸던 이유음식점을 운영할 때는 손님의 감정을 읽는 게 전부였습니다. 영업관리로 넘어가니 실적이라는 숫자가 저를 평가했고, QC 업무를 시작하고 나서는 불량률과 공차(tolerance) — 여기서 공차란 제품 치수가 허용되는 오차 범위를 뜻합니다 — 같은 수치 기준이 판단의 기준이 됐습니다. 직업이 바뀔 때마다 주변 사람들도 저..
말을 먼저 꺼내는 사람이 대화를 주도한다고 흔히들 생각합니다. 그런데 코르넬리아 토프의 『침묵을 배우는 시간』은 정반대의 주장을 펼칩니다. 침묵은 대화의 공백이 아니라,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정보를 모으는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수업 토론에서 일부러 마지막에 말해봤더니, 제 생각이 세 번이나 바뀌는 경험을 했습니다.침묵은 기다림이 아니라 정보 수집이다침묵을 두고 두 가지 시각이 꽤 갈립니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라고 보는 분들도 있고, 반대로 상대를 배려하는 성숙한 소통 방식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전자 쪽에 가까웠습니다.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교수님이 질문을 던지면 저는 답을 알고 있는지보..
말을 잘하면 관계가 좋아질까요? 저는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는 말을 바꾸기 전에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비폭력대화(NVC)를 바탕으로, 갈등의 진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차분하게 짚어줍니다.같은 말인데 왜 어떤 날은 상처가 될까 — 말의 해석회사를 다닐 때는 "이 부분 다시 검토해 주세요"라는 말을 들어도 별로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피드백이라고 받아들였으니까요.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에 들어간 첫 학기, 교수님께 "근거를 좀 더 보완하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상하게 그 문장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말이 달라진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달라진 것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