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내 얘기가 된 것 같아서 책을 덮었다갑자기 내 얘기가 된 것 같아서 책을 덮었어요. 오디세우스가 집에 돌아온 뒤에도 바로 자기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주변을 살피는 장면이었는데, 그걸 읽다가 갑자기 퇴사하고 난 뒤의 내가 생각났어요.나도 회사를 나오면 그냥 끝인 줄 알았어요. 힘들었던 자리에서 나오면 좀 편해질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일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그 자리를 떠나고 나니까 생각보다 이상했어요. 매일 하던 일이 없어지고, 내가 하루 동안 뭘 해야 하는지도 예전처럼 정해져 있지 않더라고요.그 장면에서 오디세우스가 집에 돌아왔다고 바로 예전의 오디세우스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게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어요. 나도 돌아가고 싶은 곳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익..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스파이 설정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주인공이 살아남겠지, 어차피 사랑도 이루어지겠지 하는 예측 가능한 공식이 지겨웠거든요. 그런데 는 그 예상을 계속 비틀어 왔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헉, 어떻게 되는 거야?'를 반복하게 만드는 책입니다.가면은 결국 얼굴이 된다이 소설의 주인공은 위장 잠입을 직업으로 삼는 여성입니다. 그녀가 하는 일을 심리학 용어로는 역할 동일시(Role Identification)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역할 동일시란 특정 역할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다 보면 그 역할이 자아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배우들이 장기 촬영 중 실제 성격이 변했다는 인터뷰를 종종 보게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저도 비슷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