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진짜 자신으로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성해나의 소설 [혼모노]를 읽다가 저도 모르게 책을 덮고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인 인물들이 거울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든 건 첫 챕터를 넘기기도 전이었습니다.진짜 자아를 포장하는 인간의 민낯'혼모노'는 일본어로 '진짜', '진품'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원본과 가짜를 구분하는 단어지만, 이 소설에서 그 의미는 훨씬 복잡하게 작동합니다. 제가 이 제목에서 처음 느낀 건 묘한 오타쿠스러운 어감이었습니다. 한국어로 그냥 '진짜'라고 했다면 이 정도 인상을 남기지 못했을 겁니다. 일본어 특유의 질감이 소설의 분위기 자체와 맞닿아 있습니다. 낯설고, 어딘가 사회와 조금 동떨어진 느낌.소설 ..
가족이란 이름만으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관계일까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래 믿어왔던 그 전제가 흔들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성해나의 [두고 온 여름]은 아이였던 시절의 상처가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말로 꺼내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갑니다. 읽는 내내 '이건 내 이야기인가' 싶은 순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기억의 감각과 침묵의 서사일반적으로 소설은 사건으로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작품은 그 공식을 정면으로 비껴갑니다. [두고 온 여름]에는 극적인 반전도, 갑작스러운 비극도 없습니다. 그런데 읽고 나면 마음이 꽤 오래 무겁습니다. 이유가 뭔지 생각해봤는데, 작가가 다루는 방식이 꽤 특이했습니다.이 소설은 '기억의 감각'을 중심 서술 장치로 씁니다. 여기서 기억의 감각이란 특정 사..
소설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급류]는 그런 책입니다. 격렬한 사건보다 인물의 침묵과 흔들림으로 독자를 잡아끄는 작품인데, 제가 직접 읽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 인간이 왜 감정에 휩쓸리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왜 계속 관계에 기대는지를 이 소설은 꽤 집요하게 파고듭니다.인간 본능과 감정 서사: 이성은 생각보다 약하다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의사결정을 설명할 때 '이중 처리 이론'이라는 개념을 씁니다. 이중 처리 이론이란 인간의 판단이 빠르고 직관적인 시스템과 느리고 논리적인 시스템, 두 가지 경로로 이루어진다는 이론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사실은 감정이 먼저 반응하고 이성이 뒤따라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급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