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이름만으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관계일까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래 믿어왔던 그 전제가 흔들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성해나의 [두고 온 여름]은 아이였던 시절의 상처가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말로 꺼내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갑니다. 읽는 내내 '이건 내 이야기인가' 싶은 순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기억의 감각과 침묵의 서사일반적으로 소설은 사건으로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작품은 그 공식을 정면으로 비껴갑니다. [두고 온 여름]에는 극적인 반전도, 갑작스러운 비극도 없습니다. 그런데 읽고 나면 마음이 꽤 오래 무겁습니다. 이유가 뭔지 생각해봤는데, 작가가 다루는 방식이 꽤 특이했습니다.이 소설은 '기억의 감각'을 중심 서술 장치로 씁니다. 여기서 기억의 감각이란 특정 사..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국내 스릴러 소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번역 스릴러에 익숙해진 탓인지, 국내 작품은 어딘가 자극만 강하고 깊이가 얕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7년의 밤]은 첫 장부터 그 편견을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평범한 한 남자의 실수가 어떻게 수많은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지, 정유정 작가는 한 치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고 독자를 몰아붙입니다.인간의 악은 어디서 시작되는가이 작품에서 저를 가장 오래 붙들었던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과연 인간의 악은 태어날 때부터 각인된 것인가, 아니면 환경과 상황이 만들어내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었습니다.주인공 최현수는 전형적인 악인이 아닙니다. 오히려 두려움에 떠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에 가깝습니다. 그는 술에 취한 상..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멘탈 관리를 의지력의 문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힘들면 그냥 버티면 된다고 믿었고, 감정이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를 나무랐습니다. 짐 머피의 [내면 근력]을 읽고 나서야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마음을 다루는 데도 근거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제가 그 훈련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요.감정조절: 억누르는 것과 다루는 것은 다릅니다일반적으로 감정 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데 온 에너지를 쏟다 보면 어느 순간 엉뚱한 곳에서 더 크게 터집니다. 억압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먼저 배웠습니다.책은 이 지점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합니다. ..
사람의 말버릇과 인간관계가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이야기, 그냥 흘려듣기 쉽습니다. 그런데 박성준 작가의 [운명을 보는 기술]은 그 당연한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묵직하게 풀어냅니다. 제가 이 책을 집어 든 건 순전히 예능에서 봤던 저자의 입담 때문이었는데, 읽고 나니 생각보다 오래 머리에 남았습니다.운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인간관계에서 갈린다운명을 신비로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읽으면서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인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책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온 부분은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자는 누구를 곁에 두느냐가 삶의 방향을 바꾼다고 말합니다. 이게 단순한 긍정론처럼 들릴 수 있는데, 실제로 제 주변을 돌아보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를 정서 전염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