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말이라도 관계를 잃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꽤 많았습니다. 내용은 틀리지 않았는데 상대가 기분 나빠하거나, 좋은 의도로 한 말이 오히려 거리를 만들어버린 순간들 김민성 작가의 [말투만 바꿨을 뿐인데]를 읽으면서 그 이유를 비로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수직적 조직문화에서 배운 것제가 다니던 회사는 보고 체계가 매우 명확한 곳이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지시가 내려오는 전형적인 탑다운 의사결정 구조였습니다. 여기서 탑다운이란 경영진이나 상위 직급자가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방향대로 하위 구성원이 실행하는 방식으로, 수직적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에서 주로 나타납니다.직접 겪어보니 이 구조에서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말투였습니다. "이거 오늘까지 해주세요"가 아니라 "이거 오늘까지 해", 또는 ..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삼국지를 열 번 넘게 읽고도 정작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전투 장면의 짜릿함과 영웅들의 활약에만 빠져 있었던 것이죠. 최태성의 [최소한의 삼국지]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삼국지를 제대로 이해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열 번 읽었지만 몰랐던 것들 - 입문서로 다시 만난 삼국지학창 시절부터 이문열의 삼국지를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열 번이 넘도록 펼쳤던 책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은 군데군데 비어버렸습니다.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흐릿하게만 떠오르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최소한의 삼국지]를 손에 들었는데,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이 책이 기존 삼국지와 가장 다르게 느껴진 지점은..
솔직히 이 책을 처음 집어든 건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완벽한 장례식"이라는 말이 어딘가 도발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죽음을 준비한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었고, 그 낯섦이 오히려 손을 뻗게 만들었습니다. 조현선의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종합병원 장례식장 근처 작은 매점을 배경으로, 삶의 끝자락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책을 덮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는데, 그게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죽음 준비가 아니라, 관계의 의미를 되묻는 이야기제가 직접 읽어보니 이 소설은 죽음을 '사건'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임종, 즉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사람들이 무엇을 떠올리는지에 집중합니다. 여기서 임종이란 단순히 숨이 끊어지는 생물학적 순간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 전체를 되돌아보..
소설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급류]는 그런 책입니다. 격렬한 사건보다 인물의 침묵과 흔들림으로 독자를 잡아끄는 작품인데, 제가 직접 읽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 인간이 왜 감정에 휩쓸리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왜 계속 관계에 기대는지를 이 소설은 꽤 집요하게 파고듭니다.인간 본능과 감정 서사: 이성은 생각보다 약하다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의사결정을 설명할 때 '이중 처리 이론'이라는 개념을 씁니다. 이중 처리 이론이란 인간의 판단이 빠르고 직관적인 시스템과 느리고 논리적인 시스템, 두 가지 경로로 이루어진다는 이론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사실은 감정이 먼저 반응하고 이성이 뒤따라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급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