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달 미뤄놓은 일, 막상 해보니 40분이었다. 처음부터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내가 처음 해보는 일이니까 이것저것 알아보고, 준비도 좀 하고, 시간을 제대로 빼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오늘은 시간이 애매하고, 내일은 다른 일이 있고 하면서 계속 뒤로 밀렸어요.사실 하루에 40분 정도는 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시작하기 전에는 이상하게 그 40분을 내는 게 어렵더라고요. 한 번 시작하면 중간에 막힐 것 같기도 했고,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다시 해야 할 것 같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실제로 걸리는 시간보다 시작하기 전에 생각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어요.그렇게 한두 달이 지나고 나니까 그 일은 머릿속에서 꽤 큰 일이 되어 있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한번 해보자는 정도였는..
메모 틀렸나 싶어 몇 번 다시 봤는데 메모가 맞았음. 나는 분명히 내가 기억하는 순서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예전에 적어둔 메모를 다시 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더라고요. 처음에는 날짜를 잘못 적어놓은 건가 싶었어요. 그래서 한 번 보고 넘긴 게 아니라 몇 번 다시 봤어요.그런데 볼수록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게 틀린 쪽이었어요. 내가 먼저 했다고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는 며칠 뒤였고, 순서도 내가 기억하던 것과 조금 달랐어요. 며칠 차이니까 큰일은 아닌데, 이상하게 기분이 묘했어요. 내가 직접 겪은 일이고, 꽤 선명하게 기억한다고 생각했던 일이었으니까요.그때 처음으로 내 기억을 확인한 게 아니라 그냥 믿고 있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전에는 내가 기억하는 일이 틀릴 거라고 별로 생각..
매일 비슷한 시간에 지하철을 타다 보니까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 있었어요. 얼굴을 정확히 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몇 번 보다 보니 그냥 ‘아, 저 사람 또 있네’ 정도는 알게 됐어요.그런데 그게 전부였어요. 어디로 가는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집에 가는 건지 출근하는 건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내 일상 한쪽에 있는 사람처럼 지나쳤어요. 나도 지하철을 타면 휴대폰 보고, 앉을 자리 있으면 앉고, 내가 내릴 역만 신경 썼으니까요.그러다 《꿈을 나르는 지하철》을 읽다가 그 사람이 갑자기 생각났어요.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까 이상하게 그 사람이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그때 내가 매일 얼마나 많은 사람을 그냥 배경처럼 보고 지나가는지 처음 생각해봤..
금리 올리면 왜 마트 물건 값이 내려가는지 연결이 안 됐다나는 뉴스에서 금리가 오른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마트 물건 값이랑 이게 무슨 관계인가 싶었어요. 금리는 은행에서 나오는 숫자 같고, 마트에서는 내가 물건을 사면서 가격표를 보는 건데, 처음에는 둘이 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뉴스에서는 금리를 올리면 물가를 잡는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그 말을 들어도 그냥 외웠어요.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내려가는구나' 정도였지, 왜 그런지는 잘 몰랐어요. 그러다 보니 경제 뉴스에서 금리라는 단어가 나오면 아는 단어가 하나 나온 것뿐이지, 그다음 이야기가 내 생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어요.그런데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을 읽으면서 그 부분에서 한 번 멈췄어요. 내가 모르고 있었던 건 금리라는 단어 자체..